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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을 치고, 날아오는 공을 다이빙해 잡아내는 것이 김현수가 야구장에서 보여주는 일의 전부는 아니다. 땅볼에도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모습도 그 철칙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김현수는 땅볼을 친 후에도 눈까지 질끈 감고 1루까지 뛰어간다. 뛰는 폼과 표정만 보면 두산에서 가장 빠른 정수빈 못지 않다.
물론 홈런을 치면 열심히 뛰지 않아도 되겠지만 올해는 예전만큼 상황이 여의치않다. 몸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요즘, 모든 선수들이 그렇듯 김현수도 아픈 곳이 있다. 왼 종아리가 썩 좋지 못하다.
웬만해서는 아픈 티도 내지 않는 그가 1일 문학 SK전에 앞서서는 훈련 도중 절뚝거리며 잠시 더그아웃에서 치료를 받았을 정도였다.
그래도 그는 경기에 나섰다. 몸을 사릴 수도 있었지만 그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부러진 거 아니면 아픈 것도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 괜찮은 거다”는 그의 말처럼 김현수는 오히려 더 열심히 뛰었다.
그는 “전력질주라도 해야한다”고 답했다. 최근들어 부진한 타격감을 의식한 이야기였다. 매월 3할이상의 꾸준한 타율을 보이던 그가 8월, 타율 2할4푼6리로 주춤했다. 팀 타선이 주는 위압감도 예전보다 떨어졌다.
때문에 상대 실책이라도 나올 때를 대비, 꼭 살아남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이야기기도 했다.
그는 말을 좀 더 이어갔다. “그렇게라도 김현수가 안타를 치고 싶어하는구나. 열심히 뛰는 구나.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들이 관중들에게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끝까지 전력질주’라는 변치않은 그의 다짐. 그래서 남다른 목표도 있었다.
김현수는 “뜬공으로 아웃되더라도 3루까지 한 번 가보는게 목표다. 혹시 수비가 타구를 잡지 못해 홈까지 밟는 진기한 기록이 세워질지도 모르지 않나. 그만큼 아웃 판정이 나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열심히 뛸 생각이다”라고 했다.
그의 모습에서는 현역 시절 양준혁의 모습도 오버랩됐다. 현역 시절 양준혁은 “당장 오늘 운동장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하루 하루를 살아온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인터뷰를 한 적있다. 그리고 그는 한국 야구 역사에 있어 수많은 기록들을 세웠다.
김현수도 마찬가지다. 그가 보여주는 지금의 투혼과 다짐이 훗날 양준혁, 그 이상의 전설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