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를 믿고, 빚이 빚을 갚아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치를 100배 1000배 뻥튀기했던 금융회사들은 보기 좋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미국에서 터진 고름은 유럽 재정위기로 번지면서 수년째 글로벌 침체라는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국내 기업들은 수요 감소에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달러 약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황.
본지가 분석(11월30일자)한 결과 한계기업으로 꼽힌 대기업 계열사들은 144곳에 달했고, 이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두산건설 동부제철 동부CNI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포함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대기업계열 한계기업 상장사 23곳에 비해 6배 이상 많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대기업들은 그룹 버퍼로 견딜 수 있다”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그룹별 전체 부채비율 등을 살펴 관리하고 있다.
철강 세계 1위 포스코를 보더라도 2010년 이후 2년여 만에 국제 신용등급이 3단계나 떨어졌다. 포스코 계열사 중 한계기업은 8곳이고, 이중 상장사는 3곳이나 됐다. 롯데 동부 동양 효성 등 내로라하는 그룹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무디스나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대기업들의 재무악화와 빚 부담 증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번 위기가 수십 년을 갈 것으로 판단한 금융당국 수장이라면, 적어도 대기업들의 어려움을 미리 점검하고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국내 대기업들의 ‘대마불사’를 믿기엔 한국경제의 구조와 시스템이 너무 취약한 건 아닌지 냉정히 되짚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