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버티는 방식의 시위행태가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농촌지역까지 깊이 파고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조차 자아낸다. 이미 서울외곽순환도로와 경부고속철도 건설 당시 사패산 터널 및 천성산 터널 구간은 물론 그동안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일부 시위꾼들의 방해로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학습효과가 어느새 남녀노소의 뇌리에 저절로 새겨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을 온전히 지키겠다는 주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공사가 강행될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며 농성장 주변에 목줄을 설치한 것도 그런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한 주민이 분신이라는 마지막 선택으로 송전탑 건설에 명백한 항의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부와 한전은 최대한 주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무난히 설득에 성공한 만큼 밀양에서라고 유달리 어려울 것은 없을 듯하다. 제주해군기지처럼 전문 시위꾼들이 들이닥쳐 사태가 꼬이기 전에 원만한 해결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인근지역 기업과 주민들이 고르게 전기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도 송전선 공사는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