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안 시키고 학원 보내는 부모들…소득수준→학력격차 심화

[코로나가 안겨준 숙제 '양극화']
강남·목동 등 교육특구 학부모 “학원수업에 집중”
발열 핑계로 학교 안 보내고 과외교사 붙이기도
소득 따른 사교육 비 격차 5.1배…학력격차 심화
“저소득·저학력학생 진단…맞춤형 학습지원 절실”
  • 등록 2022-01-03 오전 5:10:00

    수정 2022-04-13 오전 8:57:54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김의진 기자] 서울 강남구에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 김세연(가명·38)씨는 지난 학기 아이를 등교시키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수업이 장기화되자 아예 가정학습에 전념시킨 셈이다. 아이에게 과외교사를 붙여주고 필요할 땐 학교를 결석하도록 했다. 등교 전 자가진단에서 열이 난다고 말하면 결석이 허용되는 탓이다. 김씨는 “과외 교사가 일대일로 학습 케어를 해주니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지금은 아예 가정학습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2년 차…학력격차 심화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소득수준에 따른 학력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공교육 기능은 퇴화되고 사교육은 번창하는 모양새다. 소득수준이 높은 곳이나 교육특구에선 자녀를 아예 등교시키지 않는 경향도 나타난다. 오히려 팬데믹 기간을 남들과의 학력 차이를 벌리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중2 아들을 키우는 임소윤(가명·40) 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아이를 고등대비반에 보내고 있는데 학원에선 가능하면 학교 시간을 빼고 학원 프로그램에 따라 공부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하더라”며 “학교에는 열이 난다고 하고 약 처방 받으면서 등교를 중지시키고 학원 공부에 집중토록 했다”고 말했다.

공교육에선 2014년부터 시작된 선행학습 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으로 중2 학생이 중3·고1 과정을 미리 배울 수 없다. 하지만 학원은 이런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 임씨는 “요즘은 의심 증상 있다고 말하고 결석하는 일이 쉬워졌다”며 “아이 교육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키려는 마음은 학부모로서 당연한 욕구”라고 말했다.

소득수준 따른 학력격차 심화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 만 2년을 앞두고 있다. 팬데믹 첫 해 사상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전국 초중고교에선 원격수업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교육부가 등교확대 방침을 세워도 학교에선 확진자가 발생하면 등교수업은 원격으로 전환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족한 공교육을 사교육으로 보충하면서 팬데믹 기간에 학력을 강화하는 계층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경북 경산의 최진영(가명·39)씨는 코로나로 다니던 직장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초 실직한 경우다.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이른바 ‘투잡’을 뛰고 있어 자녀를 돌볼 겨를이 없다. 최 씨는 “아이가 학교 끝나고 집에 와도 돌볼 수가 없다”며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학교에서 태블릿PC를 지원받았지만 하루 종일 게임을 해도 말릴 수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최 씨는 자녀를 학원에 보낼 수도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소득수준에 따른 교육격차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월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은 50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2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는 9만9000원으로 5.1배 차이가 났다. 사교육 받는 학생들만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월 소득 800만원 이상의 사교육 참여율은 80.1%였지만, 200만원 미만은 39.9%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학력 붕괴’되는 중·하위권 학생들

학교 교사들도 원격수업 장기화로 교육격차가 심화됐다는 점에 동의한다. 특히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력붕괴를 걱정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달 26일 교사 1만8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중등 원격교육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75.7%는 원격수업 이후 상위 10%의 성적은 유지됐다고 평가했지만, 중위권 학생들의 수준이 낮아졌다는 응답은 60.9%나 됐다. 특히 하위 10% 학생들의 성취도가 떨어졌다는 의견은 77.9%에 달했다.

대구시 달성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평소 수업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았던 학생들이 원격수업 체제로 전환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중학교 수학교사도 “원격수업이 확대되면서 수업 중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이 사실상 단절됐다”며 “원격수업에선 소통에 한계가 있으니 결국 핵심만 설명하고 학생들이 잘 따라와 주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커지는 점에 대해 무력감을 토로하는 교사도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코로나 이전 대면수업이 이뤄질 때도 학원에 비해 학교 수업이 뒤처진다는 말이 많았는데 비대면 병행 체제에선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됐다”며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교사들은 그저 무기력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학력 학생 학력진단·학습지원 절실”

교육전문가들은 저소득층·저학력 학생들에 대한 학습 진단·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저학력 학생들의 수준에 맞춘 맞춤형 학습이 절실하지만, 현실에선 이를 알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라며 “저소득층·저학력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이에 맞춘 교육을 제공하되 필요하다면 외부 강사·전문가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을 진단할 시험이 없다는 점도 문제란 지적인 셈이다. 요즘 학생들은 초등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시험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전에는 초등학교 6학년도 일제고사에 해당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렀지만 이마저도 2013년 폐지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도 저학력 학생들을 위한 학습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기초학력 미달이나 학습 부진을 겪는 학생들의 경우 원격수업의 질이 아무리 좋더라도 혼자 공부하면 학습에 전념하기 어렵다“라며 ”원격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학업 성취도가 부진한 아이들을 한 그룹으로 묶고 학습 조력자들이 이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구 소득수준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및 참여율(자료: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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