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 둔화로 부동산 고용시장도 악화

  • 등록 2006-03-21 오전 7:30:00

    수정 2006-03-21 오전 6:43:42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올해 40세의 전직 부동산업자 닉 바요니스는 최근 애틀랜타 주 캔튼에 커피 샵을 차렸다. 닉과 그의 아내 앤-마리는 로스앤젤리스(LA)의 잘 나가던 부동산 중개업자였지만 둘은 일 년 전 부동산 시장을 떠나 다른 직업을 찾기로 결심했다.

"모든 것에는 밀물과 썰물이 존재하죠. 부동산 호황이 계속될 수 없다는 걸 느꼈어요. 적당한 때에 떠난 것 같아요." 바요니스의 말대로 남부 캘리포니아의 2월 주택 매매는 5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부동산 업계의 고용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USA투데이는 20일(현지시간) 최근의 부동산 둔화로 부동산 중개업자, 부동산 감정인, 모기지 브로커, 주택건설업자 등 거의 모든 부동산 관련 직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업계는 최근 몇 년간 미국의 고용창출을 선도해 왔다. 지난 4년간 새로 생긴 10개의 일자리 가운데 4개가 부동산 관련 직종이었을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근로자의 9.8%가 부동산 관련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 8.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그러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모기지업체 아메리 퀘스트가 15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지난 달에는 워싱턴 뮤추얼이 미국 내 10개 지사를 폐쇄하고 2500명을 감원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상의 경우가 연봉 동결이나 보너스 지급 중단 정도"라며 "대부분의 부동산 관련 종사자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할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진단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현상이 일정부분 불가피하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너무 높이 날아올랐다"며 "이제 땅으로 회귀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의 기존 주택판매는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고급 주택건설업체인 톨 브라더스나 KB홈스는 주택 건설을 취소하겠다는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고 공개했다.

USA투데이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올해 미국 주택판매가 전년비 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상황이 미국 내 260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생계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모기지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식당을 운영하다 지난 2002년 모기지 중개업자가 된 토니 구처는 전직을 매우 후회했다. 그가 부동산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난 2002년은 금리가 낮고, 주택판매가 활발해 그야말로 더할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지만, 금리인상이 본격화한 작년부터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구처는 "매일같이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전화해 모기지를 원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지만 차가운 대답만 돌아왔다"며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싫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는 지난 1월 본업인 요식업계로 돌아와 `뚱뚱한 토니의 바베큐`란 이름의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토니 구처는 "동료 모기지 중개업자들이 우리 식당의 프랜차이즈 지점을 내고 싶다고 종종 물어온다"며 "적당한 시점에 잘 탈출했다고 나를 부러워한다"고 자랑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미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한 둔화를 겪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은 소수다. 미국 경제는 안정적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고,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업종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JP모건의 앤서니 챈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부동산 둔화가 일시적일 수 있다고 보는 인물이다. 그는 "부동산 시장이 급랭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내년에는 다시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허리케인이 강타한 멕시코만 지역의 주택 재건축 수요가 부동산 시장 둔화의 여파를 완화시켜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잘 나가던 직업을 그만두고 새롭게 부동산 업계로 발을 들여놓는 사람도 있다. 버지니아에 있는 AOL 본사의 변호사로 일하던 37세의 스티브 와이들러는 지난 2002년 하버드 MBA 출신인 동생 한스와 함께 부동산 중개회사를 차렸다.

4년이 지난 지금 두 형제는 4명의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 등과 한 팀을 이뤄 버니지아, 메릴랜드, 워싱턴 DC 등을 누비고 있다. 와이들러는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AOL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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