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출근 거부한 워킹맘…대법 "기업, 육아기 직원 배려해야"

새벽출근·휴일근무 거부하자 채용 거부
부당해고 여부 다퉈 1심 "맞다" 2심 "아니다"
대법 "배려의무 부족…채용거부 인정 안돼"
  • 등록 2023-12-10 오전 9:01:00

    수정 2023-12-10 오전 9:01: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사업주에게는 직원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향후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지원이 강화되고 일·가정 양립이라는 가치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근로조건 및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게티이미지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업체(원고)가 중앙노동위원회(피고)의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고 한 사건 상고심에서 원고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8년 넘게 근무한 B씨는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고용승계됐고 새 업체인 A와 3개월 시용계약을 맺었다. 시용기간 만료 후 본채용을 거부당한 B씨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아냈다. 이에 A업체가 중노위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1세, 6세 자녀를 키우는 소위 ‘워킹맘’이다. 고속도로 영업소 근로자들은 통상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지만 매월 3~5번 정도 초번 근무(새벽 6시~오후 3시)를 서야 했다. B씨는 과거 8년 넘게 근무하면서 초번근무를 면제받아 왔지만, 새 용역업체 A는 B씨가 시용기간 중 초번근무 및 공휴일 근무 지시를 받고도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본채용을 거부했다. 이는 이번 소송의 발단이 됐다.

1심은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A업체의 본채용 거부통보는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중노위 판정이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본채용 거부통보가 사회통념상 상당하다(알맞다는 의미)고 인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가 B씨의 사정을 알면서도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 수습기간 평가점수가 저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B씨에게 초번 근무 및 공휴일 근무 의무가 인정되는지, A가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아 본채용을 거부했는지 등의 쟁점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대법원은 “B씨가 육아기 근로자라는 사정만으로 초번근무 및 공휴일 근무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A가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아 본채용을 거부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적 이유,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B씨가 신규채용되는 상황이 아닌 고용승계 상황이었던 만큼 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적 이유는 신규채용 사안보다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도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의의에 대해 “사업주에게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의무가 인정된다는 것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의무의 구체적 내용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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