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골프장, '기본'부터 충실하라

  • 등록 2015-07-07 오전 8:04:22

    수정 2015-07-07 오전 8:04:22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밥도 사서 먹어야 하고, 담요도 돈을 주고 빌려야 하고….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나쁘진 않았어.”

최근 태국여행을 다녀온 한 지인은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를 이용했다. 이전과는 다른 경험에 적잖게 당황했지만 ‘실속’만 따지면 꽤 괜찮았다고 했다.

에어아시아의 항공료는 일반 항공사의 50~70% 수준이다. 비수기에는 국내선 항공료보다 저렴한 특가 행사도 자주 있다. 성수기에도 선착순 할인 가격을 내놔 알뜰 여행족을 들썩이게 한다.

항공기를 이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정해진 좌석에 않은 후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다. 에어 아시아는 그 ‘기본’에만 비용을 책정하기 때문에 저가 정책을 펼 수 있다. 일반 항공사가 풀 서비스(기내식, 수하물, 좌석 지정, 음료 서비스 등)를 제공한다는 가정 아래 비용을 산정하는 것과는 다른 발상이다.

‘기본’ 이상을 요구하려면 비용을 내야 한다. 기내식도 간식도 직접 사 먹어야 한다. 담요가 필요하다고? 역시 돈을 내야 한다. 사용 후에는 반납해야 한다.

“다음에 또 탈 거에요?” 돌아온 답은 “예스.” 그는 “솔직히 기내식이 모든 사람의 입 맛을 만족시키지도 않고, 요즘 담요 한 장 정도는 가지고 다니는 세상 아닌가. AV시스템은 미리 휴대전화기에 다운받은 영화로 대체하면 돼”라고 말했다.

에어아시아는 지난해 항공기 사고 등 악재에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1년 전 한국 취항을 시작한 타이 에어아시아 엑스의 1분기 순이익 9000만 바트(약 29억6000만원)를 기록했다. 탑승률도 82%나 된다. 에어아시아 버하드(말레이시아 본사)의 1분기 실적은 총 매출 13억 링깃(약 3933억 원), 영업이익 2억7300만 링깃(약 8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순이익도 1억6100만 링깃(약 488억 원)으로 전년대비 24% 증가했다.

에어에시아의 영업 전략을 국내 항공사뿐 아니라 골프장도 배워야 한다. 골프 라운드의 ‘기본’인 골프를 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나머지는 옵션으로 만들고 취향에 따라 선택하게 해야 한다. 으리으리한 클럽하우스, 수백억원짜리 전시품, 고객 대비 많은 직원 수, 용도가 불분명한 스타트 하우스 등 골프를 치는 데 필요치 않은 비용을 하면서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고가의 그린피를 이해해 달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예를 보자. 혹서기와 장마철을 대비하기 위해 최근 통기 작업(에어레이션)을 한 골프장이 많다.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티팩을 꽂을 때 땅속 깊숙이 박히는 경우도 많고, 페어웨이에서는 마치 디봇 자국에서 치는 듯한 불편한 경험도 하게 된다. 그린에서는 볼이 튀거나 목적지 없이 제멋대로 구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클럽하우스나 티잉 그라운드 등에 필드 상태에 대한 안내판이 설치된 골프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단체팀에게는 객단가 부담을 지운다. 부킹을 해줄테니 골프장에서 반드시 식사를 하거나 또는 기념품을 일정 금액 이상으로 구입하라는 것이다. 물론 골프장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만큼 편한 건 없다. 하지만 터무니 없는 가격이 문제다. 골프장 주변 식당보다 비싸고, 맛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다면 고객은 실망하게 된다. 그렇다고 가격을 낮춰 위로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올 테면 오고 말 테면 마라’는 배짱영업이다. 동네 마트에서도 유통기한이 임박해 신선도가 떨어졌거나 유통 과정 중 스크래치가 난 상품에는 파격적인 가격을 붙여놓는다. 제품의 본질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실속’을 원하는 사람의 환영을 받는다.

최근 몇 년 간 회원제골프장을 중심으로 법정관리 골프장이 크게 늘었다. 매출도 매년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도산 위험 골프장도 다수다. ‘기본’을 벗어난 ‘과함’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우리는 눈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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