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올라타려던 에이치엔티에 무슨 일이

삼정회계, 감사의견 거절..상장폐지 위기
감사인, 이례적 강경 어조로 내부통제 미비 지적
회사 측 "이의신청서 제출..재감사 통해 사유 해소할 것"
  • 등록 2020-04-02 오전 12:20:00

    수정 2020-04-03 오후 1:49:33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지난해 5월 최대주주가 변경된 후 새 먹거리인 자율주행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에이치엔티(176440)에 급제동이 걸렸다.

외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이 에이치엔티의 2019사업연도 연결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 ‘의견거절’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에이치엔티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의견 역시 ‘비적정’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상장규정 제29조 등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며 24일부터 주권매매거래를 중지시켰다. 에이치엔티는 27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아직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지는 못해 거래 중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구글이 선보인 자율주행차 ‘웨이모’ 개발에 도움을 줬다는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고위임원 출신을 해외 자회사 사내이사로 영입하는 등 자율주행 테마에 올라타 잘 달려오던 에이치엔티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1일 삼정회계법인이 작성한 연결 감사보고서를 보면, 감사의견을 내지 않은 근거로 이전에 보기 어려웠던 강한 표현들이 등장한다. “법인인감 등의 사용이 완전하게 기록되어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사회 의사록 기록 및 유지에 대한 적절한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등이다.

삼정은 “이런 내부통제 미비점으로 인해 부외부채(고의나 부주의로 회계 장부에서 빠뜨린 부채)의 존재가능성, 우발채무(장래 일정한 조건이 발생하였을 때 생기는 채무) 및 약정사항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영진이 회사 도장을 맘대로 쓰고 이를 주주들을 대변하는 이사진에 보고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 코스닥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례적일 정도로 강한 톤의 감사보고서”라며 “모르긴 몰라도 자료 제출을 놓고 양측 간 감정 다툼이 있었던 듯하다”고 전했다. 삼정은 에이치엔티 감사에 총 3004시간을 쏟아 부었다. 전기인 2018사업연도 감사에 투입한 1091시간의 3배에 육박한다.

경영권 변동 전에 쓰던 법인 인감과 회계 장부가 통째로 사라진 게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삼정은 재감사가 아닌데도 디지털 포렌식 기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정은 특수관계자 범위 및 투자자산평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에이치엔티는 2019년 5월 코아시아에서 한국전자로 손바뀜이 있었는데, 알짜배기인 베트남 법인과 중국 법인을 코아시아로 넘기는 작업도 병행했다.

본업인 카메라 모듈 생산이 아니라 자율주행이란 부업에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린 것도 이때부터다. 전환사채를 연달아 찍어내 마련한 자금으로 국내외 자율주행 업체를 인수했다. 특히 미국에 있는 종속회사 우모에는 숀 스튜어트(사진) 구글 웨이모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사내이사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선임했다.

하지만 자율주행 사업이 궤도에 오르려면 갈 길이 멀다. 한 개인 투자자는 “감사보고서 제출 당일 억대 투자를 했다”며 “사업보고서를 보니 떠들썩하게 홍보한 자율주행과 관련한 내용은 추진 중이라는 한두 줄 뿐이더라”고 지적했다. 에이치엔티 또한 지난해 자율주행 관련 매출이 없었음을 인정한다. 다만 “국내 중소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자율주행 실증주행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해명했다.

앞서 에이치엔티는 지난달 30일 홈페이지 게시한 공지글에 “회사의 무한한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사유 발생이라는 통보를 받아 심대한 위기를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당해 외부 감사인과 재감사 계약을 통해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지적된 ‘의견거절’ 사유를 해소할 것”이라고 적었다. 아울러 “재감사 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 금융감독당국이 지정한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2020년 감사의견 ‘적정’을 받음으로써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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