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작은 구멍가게였을 뿐”…문닫는 아마존 고 가보니

3월31일 샌프란시스코 등 아마존 고 매장 8곳 폐점
텅 빈 진열대..계산절차 생략 외 차별점 찾을 수 없어
아마존 “아마존 고 포기 아냐..계속 발전시킬 것”
  • 등록 2023-04-02 오전 9:00:00

    수정 2023-04-03 오후 6:14:07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위치한 아마존 고 매장(사진= 김혜미 기자)
[실리콘밸리=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지난 3월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차로 한 시간 여를 달려 찾은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한 아마존 고(Amazon Go) 매장. 폐점을 30분 가량 앞둔 오후 4시30분에 찾은 매장은 한산했다. 한두 명씩 매장을 찾긴 했지만, 폐점을 앞두고 호기심에 들른 듯한 느낌이었다. 입구에 앉은 보안요원은 보는 사람마다 “당신이 마지막 손님”이라는 말을 건넸다.

입구에서 아마존 앱을 열어 QR코드를 찍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간단한 스낵이라도 먹어볼까 했지만 진열대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결국 2.89달러짜리 커피를 한 잔 마시기로 했다. 커피는 스타벅스 원두를 사용하고, 사이즈에 관계없이 가격은 모두 같았다. 터치패드를 이용해 원하는 커피를 선택한 뒤 ‘아마존 고’라고 적힌 종이컵에 커피를 내렸다. 커피를 들고 앉은 창가쪽 자리엔 “미안하지만 우리는 2023년 3월31일까지만 영업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여럿 붙어있었다. 매장은 오후 5시에 완전히 문을 닫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위치한 아마존 고 매장. 영업 마지막날인 3월31일(현지시간) 매장 내 진열대가 거의 비어있다. (사진=김혜미 기자)
아마존고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지난 2018년 1월 야심차게 문을 연 무인편의점이다. 당시에는 온라인 강자로 자리매김한 아마존이 오프라인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아마존의 영역 확장이 어디까지 이뤄질 것인지 주목받았다. 특히 수십대의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설치돼 매장을 모니터링하고, 특별한 계산 절차 없이 걸어나가면 자동으로 물건 가격을 스캔해 앱에서 청구하는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아마존 고는 기대와 달리 기존 편의점과 차별화를 하지 못한 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계산대에 줄을 설 필요가 없다는 것 이외에 특별한 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내 다른 편의점들이 각종 쿠폰을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 찾은 아마존 고 매장에서는 특별함을 느낄 수 없었다.

이날 폐점 소식을 듣고 일부러 매장을 찾았다는 애니(39)는 “계산하지 않고 나가는 경험은 신기하다”면서도 “그저 작은 편의점일 뿐 특별히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 물건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위치한 아마존 고 매장. 3월31일에 폐점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 김혜미 기자)
아마존은 일부 아마존 고 매장의 폐점 이유로 부진한 실적을 들었다. 다른 소매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주기적으로 매장 포트폴리오를 평가하고 최적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지난 4분기 애널리스트 콜에서 아마존 프레시 및 아마존 고 매장과 관련해 부동산 및 임대 관련 손실을 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유행으로 공격적인 확장이 불가능해진 점 역시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당초 아마존은 2020년 말까지 아마존 고 매장을 약 15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해 뉴욕, 시애틀 등에서 8곳의 아마존 고 매장을 폐점함에 따라 미국 내 아마존 고 매장은 20곳만 남았다.

아마존은 아마존 고 운영을 포기하는 것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존 고 매장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어떤 위치와 기능이 고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연구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아마존은 올들어 두 차례에 걸쳐 1만8000명에 달하는 해고 계획을 발표하고, 버지니아주 제 2본사 공사 중단을 발표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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