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 실보다 득이 크다

  • 등록 2023-07-28 오전 5:00:00

    수정 2023-07-28 오전 5:00:00

부모나 조부모가 자녀나 손주에게 지원하는 결혼자금에 대해 일정 한도 내에서 증여세를 면제해주는 제도가 추진된다. 정부는 어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방안이 포함된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의결했다. 결혼자금에 한해 자녀 1인당 최대 1억 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물리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이런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는 찬반이 엇갈리는 논쟁적 사안이다. 전통적 관점에서는 ‘불로소득’으로 본다. 땀 흘려 번 소득에는 꼬박꼬박 세금을 물리면서 결혼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부모 재산이 세금 없이 자녀에게 넘어가는 것은 부당하며 불로소득인 이상 최대한 중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세법은 이런 관점에서 증여세 공제 한도를 결혼자금을 포함해 10년간 5000만원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한도 초과액에 대해서는 최고 50%의 세금을 물리고 있다.

그러나 인구감소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반대의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점증하는 인구위기를 극복하려면 결혼과 부의 세대간 이전을 권장 촉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5~49세 한국 남성의 47%, 여성의 33%가 미혼이다. 우리 나라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낮아졌고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생산인구의 3분의 1이 사라진다고 한다.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가 이런 위기를 부른 시작점이다. ‘부의 노화’도 심각한 문제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부의 고령층 집중도가 높아지며 경제 활동이 둔화된다. 고령층은 젊은층보다 투자와 소비를 덜 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은 자연뿐만 아니라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미래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전통적 관점에만 머물러 있다면 생존하기 어렵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이 ‘생전증여제도 확대’와 ‘육아·교육비 증여 비과세’ 등을 통해 결혼과 부의 세대간 이전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점을 본받아야 한다. 한국은 일본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진행 속도도 훨씬 빠르다. ‘부의 회춘’이 필요하다.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는 실보다 득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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