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도면 유출’ 투기판 된 3기 신도시…“이럴려고 개발하나”

계양테크노밸리 예정지, 비판 현수막 즐비
"나라 믿고 협조하니 돌아온 건 거지신세"
농민 자괴감 커져…"서민은 행복할 수 없어"
신도시 철회·토지 재감정평가 요구 커져
토지주, 국토부에 '광명시흥지구 철회' 청원
  • 등록 2021-03-22 오전 5:50:00

    수정 2021-03-22 오전 5:50:00

21일 인천 계양구 동양동 계양테크노밸리 개발예정지에 정부와 LH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인천·시흥=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3기 신도시 발표 전에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도면이 유출됐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내려앉았어요.”

21일 오전 10시께 인천 계양구 동양동 계양테크노밸리 개발예정지에는 3기 신도시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수십장 걸려 있었다.

‘계양 신도시 사업 백지화하라’ , ‘LH는 계양주민을 이 땅에 묻고 공사하라’, ‘나라 믿고 협조하니 돌아온 건 거지신세 웬말이냐’ 등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판하는 원색적인 문구들이 현수막에 적혀 있었다. 현수막이 걸린 밭에서는 토지주와 소작농들이 파종을 위해 작업을 했다.

도면 유출로 정부 신뢰 잃어

동양동 밭에서 일하던 김모씨(50대)는 “공정성이 훼손된 3기 신도시 개발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계양테크노밸리 개발사업이 발표되기 3개월 전에 국토교통부에서 도면이 유출됐다는 데 투기꾼이 땅을 잔뜩 샀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주택을 짓기 위해 정부가 땅을 수용하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식의 개발은 납득할 수 없다”며 “돈 있는 투기꾼들이 땅값을 두배, 세배 높게 받아가는 것을 절대 봐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근에서 만난 윤모씨(57)는 “계양테크노밸리뿐만 아니라 경기 부천 대장지구, 광명시흥지구 모두 투기판이 됐다”며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농지를 사서 보상받거나 대토하려는 투기꾼이 3기 신도시 곳곳에 들어와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인천 계양구 동양동 계양테크노밸리 개발예정지 밭에서 소작농들이 농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농민들은 LH에 이어 지자체 직원들까지 투기 의혹이 일자 세상이 믿을 사람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정부합동조사단은 지난 19일 땅투기 2차 조사에서 적발된 전국 지자체·도시공사 직원 23명을 수사의뢰 한다고 발표했다.

밭에서 땅을 고르던 이모씨(60대·여)는 “LH 직원과 지자체 공무원 모두 공정성을 잃었다”며 “공무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돈 벌 생각만 하는 것 같다. 이러니 세상이 불법과 반칙,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보면서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러니 서민은 행복하게 살 수 없다”고 자괴감을 보였다.

소작농 김모씨(64)는 “정부와 LH가 투기판을 만들려고 신도시 개발을 하는 것 같다”며 “이런 식이면 3기 신도시를 모두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헐값 보상 반대…“농민 지원대책 필요”

토지주와 소작농 450여명이 소속된 계양테크노밸리원주민대책위원회에서는 ‘헐값 보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동양동 대책위 사무실에서 만난 장경필(60) 위원장은 “현재 계양테크노밸리 예정지 335만㎡(101만평) 중 토지보상 협의는 60% 정도 진행됐다”며 “대부분의 토지주들은 보상가가 낮아 불만이 많다”고 설명했다.
장경필 계양테크노밸리원주민대책위원장이 21일 인천 계양구 동양동 사무실에서 3기 신도시 사업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그는 “계양테크노밸리 농지는 1평(3.3㎡)당 120만원이 보상가로 지급된다”며 “120만원을 다 받는 것도 아니다. 농사 경력에 따라 양도세를 보상가의 24~48%를 내야 해서 남은 돈으로는 주변 농지를 살 수 없다”고 말했다.

계양테크노밸리 인근 농지는 현재 100만~200만원이기 때문에 토지 수용으로 보상받은 농민은 땅을 못 사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3기 신도시 사업은 원칙적으로 철회해야 한다”며 “철회할 수 없다면 토지 감정평가를 다시 해 보상가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도시 개발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토지주와 소작농에 대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며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을 통해 공공주택지구 주민에 대한 직업전환 훈련, 소득창출사업 지원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3기 신도시 개발 철회 요구 커져

계양테크노밸리 예정지에서 직선거리로 10여㎞ 떨어진 광명시흥지구 개발예정지에서도 정부의 신도시 개발을 반대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21일 경기 시흥 무지내동 한 컨테이너 상부에 3기 신도시 광명시흥지구 사업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이날 오후 1시께 3기 신도시 광명시흥지구 예정지인 시흥 무지내동에서는 ‘강제수용 하면 LH는 배 터져 죽고 주민들은 거지 된다’, ‘땅투기 의혹이 밝혀진 광명시흥 신도시 전면 철회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신도시 개발을 반대하는 시흥광명특별관리지역 토지주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국토부에 개발계획 철회에 대한 청원을 했다.

무지내동 한 제조업체 사무실에서 만난 선남규(63) 토지주 비대위 위원장은 “개발사업을 맡은 LH 직원과 지자체 공무원이 땅투기를 했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이다”며 “공공개발의 정당성이 훼손됐다. 광명시흥지구를 3기 신도시에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명시흥지구는 2015년에 집단취락지구와 주변을 환지방식으로 도시개발사업을 하도록 결정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올 2월24일 공청회 한 번 없이 갑자기 3기 신도시로 발표했다. 토지주의 권익을 짓밟는 폭거이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신도시 계획 철회에 대한 행정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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