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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의 테코노미]대중의 관심이 세상을 바꾼다

인공지능 이론적 기초는 1980년대 이미 완성
알파고보다 10년 앞서 체스 챔피언 이기기도
무관심속 멈춰있던 AI, 바둑 이벤트로 되살아나
반도체 발전 맞물려 현실속 기술로 자리잡아
  • 등록 2021-04-08 오전 5:00:00

    수정 2021-04-08 오전 5:00:00

[임규태 공학박사·전 조지아공대 교수] 2016년 3월 대한민국의 천재 기사 이세돌이 구글 알파고에 4대 1로 패배했다. 이 대국은 전세계로 생중계 되었고 인류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맞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은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바둑 자부심이 강한 한국인들에게 알파고는 큰 공포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19X19 바둑판에서 벌어지는 가능한 수는 체스에 비하면 사실상 무한대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바둑판에서 배치 가능한 경우의 수는 10의 171제곱의 수라고 한다. 우주 전체 원자의 갯수가 10의 80승이라고 하니 바둑은 천문학적인 숫자 임에 분명하다.

바둑의 가능한 수, 우주 전체 원자갯수보다 많아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겼다고 해서 우주를 정복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 바둑에서 실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수의 갯수는 이 천문학적 숫자에 미치지 못하는 우주 먼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말 뜻을 이해하려면 바둑의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

바둑이 정확한 기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멀게는 기원전 2200년 경 중국에서 발명된 기록이 남아있다. 삼국유사에 백제 개로왕과 고구려 승려 도림이 바둑을 두었다는 이야기가 남아있으니, 우리나라에는 늦어도 삼국 시대에 전파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대에 백제가 일본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바둑이 일본에 전래되었다.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바둑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게 된다. 왕족의 전유물이었던 바둑이 대중적인 오락으로 인기가 높아졌고 일본 전국 시대 즈음부터전문기사 제도가 정착하기 시작했다. 에도시대에 들어서면서 혼인보 도사쿠(1645~1702년)가 ‘포석’이라는 개념을 창안함으로써 현대 바둑의 뿌리가 된다.

도사쿠가 창안한 ‘포석’은 전투와 집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는 ‘귀와 변’에 근거지를 마련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한다. 이후 그의 후배들이 이 틀을 발전시켜 오늘날 바둑의 정석이 정립되었다. 덕분에 인간들은 천문학적이었던 바둑의 경우의 수를 고려할 필요가 없어졌다. 도사쿠 이후 모든 바둑 게임은 그가 창안한 이 원칙으로 진행된다.

바둑판 한가운데 두는 수를 ‘천원’이라고 하는데, 천원을 시작으로 하는 포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천원이 불리하기 때문이 아니다. 천원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인간이 이해할수 없기 때문에 정석을 수립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알파고가 바둑으로 인간에 승리한 것은 위대한 업적이다. 이세돌이 알파고에 한판 승리한 것도 그만큼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알파고가 보여준 인공지능의 능력은 일반인이 막연히 두려워할 수준은 아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수 있는 도구이다. 결국 그 도구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가름할 것이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나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인간을 지배하는 인공지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라는 대중적 편견이 무가치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인공지능 역사에서 이세돌의 패배보다 더욱 강렬하게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를 안겨준 사건은 그보다 10년 전에 일어났다. 1997년 5월 러시아의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가 IBM의 컴퓨터 딥블루에 패배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 충격적인 장면은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시점에 인공지능은 2번째 죽음의 계곡을 맞고 있었다. 당시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사기꾼으로 매도되었다. 1940년대 튜링이 세운 인공지능의 개념은 1960년대 인간의 뇌를 본 딴 퍼셉트론 이론으로 부흥을 맞았고, 다시 1980년대에 사실상 이론적 정립이 완성되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렇다면 왜 90년대에 인공지능이 구박을 받았을까. 당시 연구자들은 인간처럼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제대로 동작하려면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지 알수 없었다. 설사 그만큼 데이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을리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터진 인간 체스 챔피언의 패배는 인류에게 인공지능의 두려움을 각인 시켜주었다. 전지구적인 관심 덕분에 인공지능 진영은 죽음의 계곡을 넘게 된다.

대중 관심 속 자본도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몰려들어

결국 현재의 인공지능 붐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반도체의 발전이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2년마다 반도체의 집적도는 2배씩 증가했고, 65년이 지난 지금도 이 법칙은 유지되고 있다. 그 사이에 컴퓨터 용량과 계산능력도 그만큼 증가했다. 반도체 기술은 통신의 발달도 촉진시켰다. 무선 통신, 인터넷, 소셜네트워크가 시대를 지배했고, 지구촌의 인류가 주고 받는 모든 데이터들은 지금도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클라우드에 모이고 있다.

현대 인류는 인공지능이 학습하기에 충분한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처리할수있는 컴퓨터 자원을 확보했다. 이 시점에 터진 사건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다. 인류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했던 바둑에 패배로 충격을 받았고, 다가올 인공지능의 시대에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이 전인류적 관심을 받게 되면서, 뛰어난 인재들이 경쟁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인터넷과 유투브에는 수많은 인공지능 강좌를 접할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데 중요한 것이 자본의 흐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고, 코로나로 갈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이들에 쏟아부어지고 있다. 그 시발점을 된 것이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였다. 13세에 체스 대회 2위를 한 데미스 허사비스가 박사가 2010년 창업한 이 회사는 2014년 구글에 5억불(추정)에 매각되었다. 매각 당시 직원 수는 불과 50명에 매출은 꿈도 꿀수없었다. 그로부터 불과 2년 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꺽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구글의 도박은 옳았고 인공지능의 리더십의 위치를 굳혔다.

영화나 뉴스, 혹은 기술적 무지에 기인하는 적절히 과장된 대중적 두려움은 세상을 바꾸는 효과적인 마중물이다. 대중적 인식이 정확할 필요는 없다. 자동차 엔진을 몰라도 자동차 운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원리를 몰라도 세상을 바꾸는데 문제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대중적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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