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국민적 수용성이다.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급여 하한(소득대체율 약 40%)까지 급여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재정안정을 위해 보험료를 대폭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니, 가입자로서는 보상 가능성이 없는 비용청구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밀어붙이기식 연금 개혁이 아닌 참여와 통합의 연금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비용청구서와 함께 어떤 식이라도 상응하는 보상프로그램을 같이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성공했다는 유럽의 연금개혁만 봐서는 비록 비용청구서는 잘 준비할 수 있을지 몰라도, 보상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는 없다. 유럽의 연금제도는 공적연금 중심이었고, 재정안정 목적의 연금개혁은 당연히 복지를 줄이는 축소지향의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재정안정은 이뤄냈지만, 유럽국가의 급여 안정성은 크게 훼손됐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다층연금 총소득대체율이 독일의 경우 56%, 스웨덴은 53%에 그친다.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소득대체율 70%는 물론이고 OECD 국가의 평균 소득대체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유럽의 연금개혁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도 1980년대 보험료를 올리는 공적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유럽과 다른 점은 소득대체율을 일정하게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공적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보상을 다층연금의 다른 한 축인 퇴직연금제도의 확충으로 메웠다. 연금자산의 자본시장 투자를 크게 늘리는 401(k)을 도입하고 높은 투자수익률이 연금 소득대체율 증가로 이어지는 DC 연금제도를 개혁한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재정안정에 급여안정까지 달성한 미국식 연금제도의 완승이다.
우리나라 소득대체율의 구성은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이 각각 35%, 25% 수준이다. 어느 정도 균형된 다층연금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9%의 보험료로 6%의 장기수익률을 기록하는 동안 퇴직연금은 8.3%의 보험료로 2%의 수익률에 그치고 있다. 미국 경험을 참고삼아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후진적인 퇴직연금 제도의 개혁이 동시에필요하다. 국민연금만의 개혁을 넘어 ‘다층’연금개혁으로 논의 틀을 확장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