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횡포'에 따귀 때리는 '갑과을'(인터뷰)

  • 등록 2015-01-29 오전 8:59:41

    수정 2015-01-29 오전 9:15:26

tvN ‘코미디빅리그’ 코너 ‘갑과을’에 출연하는 문규박·미키광수·손민수. 세 사람은 방송에서 최소한 30대 이상의 따귀를 주고 받는다. 서로 갑과 을이란 위치가 변하는 상황에 반전을 주기 위한 장치다. 문규박은 “한 번은 후배가 나 대신 행사를 간 적이 있는 데 미키광수의 뺨을 맞고 이틀 동안 제대로 밥을 못 먹었다더라”고 농담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차 미리 못 대게 막았어야지.”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을 향해 화를 냈다.“잘리고 싶어? 할 거 없으면 쓰레기나 버려.” 경비원이 “이건 내가 하는 일이 아니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그럼 뭐하는 데? 관리사무소에 연락해서 잘라 달라고 할까?” 그러고 나서는 경비원이 입주민 아이 장난 때문에 팔을 다쳐 주의를 부탁했더니 “애들이 그러면서 크는 거 아니냐”며 되레 뺨을 때린다. tvN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 코너 ‘갑과 을’(미키광수·문규박·손민수). 지난해 입주민의 모욕적인 대우에 상처 입고 스스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의 죽음에 대한 풍자다.

‘라면 상무’부터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까지. ‘갑의 횡포’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극에 달한 시기다. ‘갑과 을’ 개그의 창은 현실 속 갑·을 관계의 모순을 찌른다. 지난 18일에는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무급인턴을 강요해 ‘열정페이’로 구설에 오른 이상봉을 꼬집어 공감을 샀다.

‘갑과 을’은 풍자에 그치지 않는다. 갑·을 관계를 뒤집어 예상치 못한 웃음을 준다. 경비원이 아파트 입주민이 운영하는 치킨 가게에 가 입주민이 한 ‘갑의 횡포’를 똑같이 되돌려줘서다.‘을’의 통쾌한 복수다.

‘갑과을’팀은 “왜곡된 현실이 바로 개그 소재”라고 했다. 미키광수는 “공익근무 할 때 ‘갑의 횡포’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가 고장 난 일을 두고 직원들을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는 몰지각한 일부 시민을 보면서다.

tvN ‘코미디 빅리그’ 코너 ‘갑과을’.
“한 고깃집에 갔는데 일하는 아주머니가 엄청 화를 내더라고요. 알고 보니 같은 건물 밑에 있던 술집 여직원들이 가게에 올라와 그릇에 담배 재를 털고 진상을 부렸던 거죠. ‘음식 왜 이러냐’면서요. 그랬더니 다른 아주머니들이 ‘내려가서 술 한자 마셔’라고 하니 다들 웃더라고요. 그 때 ‘아, 이거다’ 싶었어요. 세상에 영원한 갑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지만 ‘을’의 복수를 살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역전되는 상황을 짜는 게 진짜 어려워요. 현실에서 ‘을’들이 ‘갑’에게 당한 모욕을 되돌려 주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제작진도 다 달려들어 같이 아이디어를 짜요. 풍자라고는 하지만 특정인을 비하하면 안 되니 수정을 거듭하고요. 한 번은 녹화 시작 후 1번 코너 올라갔는데도 계속 대사 수정한 적도 있죠.”(미키광수·문규박)

미키광수·문규박·손민수도 ‘을’ 취급을 받던 개그맨들이다. 코너의 주인공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받쳐 주는 개그를 주로 하는 이들이라서다. ‘을’들이 모여 ‘일’을 낸 셈이다.

“몸무게가 127kg였어요. SBS에서 개그 할 때는 뚱뚱했기 때문에 그냥 그걸로 웃기면 됐거든요. 병역 마치고 체중 확 줄더니 내가 할 게 없는 거예요. 83kg까지 뱄거든요. 2년 동안 헤맸죠. 그때부터 개그 아이디어 짜는 데 온 힘을 다 쏟았고 결국 ‘갑과 을’이 나왔죠.”(미키광수)

“공개코미디가 무너질 때 힘들었어요. MBC·SBS에 코미디프로그램 다 없어졌을 때요. 그래서 설 자리가 없어 몸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몸 만들고 ‘코미디빅리그’ 들어오니 잘생겼다며 웃긴 역할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시쳇말로 ‘멘붕’이 왔죠. ‘갑과을’로 이렇게 기회가 왔네요.”(문규박)

tvN ‘코미디 빅리그’ 코너 ‘갑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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