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송·조선족 비하…차별·혐오 이겨낼 열쇠는 '우리'

차별과 혐오 문제 다룬 2권의 책
이민규 변호사 '차이, 차별, 처벌'
9명 교수의 컨퍼런스 담은 '헤이트'
해법은 '우리'에 대한 생각 변화
  • 등록 2021-10-06 오전 5:43:00

    수정 2021-10-06 오전 5:43: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활약했던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 박지성은 최근 맨유 팬들에게 일명 ‘개고기송’으로 불렸던 자신의 응원가를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팬들이 박지성을 응원하기 위해 부른 노래지만 가사 속에 한국인과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지난 8월 황희찬의 울버햄프턴 입단 발표 순간 원정 응원을 떠난 맨유 팬들이 불러 다시금 논란이 됐다.

동양에 대한 서양의 차별과 혐오가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러나 이는 단지 서양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인 내부에서도 차별과 혐오는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선족을 비롯한 이민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비하성 발언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에는 집단 감염이 일어난 대구에 대한 차별적 발언도 심각했다.

이러한 차별과 혐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책 2권이 나란이 출간됐다. 미국 뉴욕에서 차별금지법 관련 소송을 주로 다루고 있는 이민규 변호사의 ‘차이, 차별, 처벌’(알에치코리아), 심리학·법학·미디어학·역사학·철학·인류학 분야 학자들이 ‘혐오’를 주제로 나눈 컨퍼런스를 정리해 담은 ‘헤이트’(마로니에북스)다. ‘우리’에 대한 생각부터 달라져야 차별과 혐오가 사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차이, 차별, 처벌’에서 저자는 ‘우리’라는 개념에 대한 정의에서 차별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우리’는 사전적 의미로 ‘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과 범위는 천차만별이다. 저자는 차별이 만연한 사회를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경계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로 정의한다. 차별에 관한 논의를 하기 위해 ‘우리’에 대해 정확히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책은 다양한 사례와 해외 판례, 연구 및 실험 결과 등을 통해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는 요소는 무엇이고, 차별이 처벌로 이어지는 기준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특히 저자는 한국에서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차별에 대한 사회적 감시 효과와 소수자를 위한 다양한 기회 제공, 차별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교육 기능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찬성의 뜻을 밝힌다. “우리는 사람들 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 그렇기에 차별 없는 ‘우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헤이트’는 티앤씨재단이 지난해 온라인으로 개최한 컨퍼런스에 참여한 9명의 교수들이 혐오에 대해 강연한 내용을 하나로 엮은 책이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끊임없이 반복되는 혐오의 해법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다각도로 살펴본다. 마녀사냥, 홀로코스트 등 역사 속 숱한 혐오의 사례들은 지금 인종차별과 증오범죄 등으로 우리의 일상에서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혐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혐오의 실체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저자들은 ‘공감’이라는 미명 아래 나와 유사한 집단만을 옹호하며 타인을 향해 편향된 시선을 던지는 모순된 현실을 지적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혐오라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남을 배척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혐오에 대한 다양한 시선 속에 담긴 공통된 메시지는 ‘차이, 차별, 처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참혹한 혐오의 역사를 만든 것이 우리 인류였다면, 끊임없이 성찰하고 극복해가는 것도 결국 우리의 몫이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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