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금리 안 먹히는 한국경제, 구조조정 불가피하다

  • 등록 2023-11-22 오전 5:01:00

    수정 2023-11-22 오전 5:01:00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기업 빚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부채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지난 3분기에 126.1%로 2분기(120.9%)보다 5.2%포인트나 높아졌다. 비교 대상 34개국 가운데 25개국은 같은 기간 기업부채 비율이 낮아졌지만 나머지 9개국은 높아졌다. 한국은 기업부채 비율이 높아진 9개국 가운데서도 증가폭이 두 번째로 높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7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0.5%에서 3.5%까지 끌어 올렸으며 이후 현재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긴축의 목표는 물가 안정과 부채 축소(디레버리징)였다. 하지만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놓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2.3%까지 낮아졌으나 이후 3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며 지난달 3.8%로 치솟았다. 기업부채 비율도 전분기 대비 5.2%포인트, 전년동기 대비로는 5.7%포인트가 급등했다.

이는 한은의 통화긴축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통화정책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고금리가 먹혀들지 않는 이유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 불황의 장기화로 기업의 부채 상환 능력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경영 악화로 빚 내서 빚을 갚는 부채의 함정에서 빠진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낸 한계기업 비중이 42.3%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흐름은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9월말 현재 4대 은행의 기업부문 무수익 여신이 지난해 말 대비 29%나 늘었다.

한국 기업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줄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들을 부채의 함정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나 늘었다. 이들 가운데 일시적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회생시킬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은 부채의 부담을 줄여주고 적절한 자금 지원을 통해 살려야 한다. 여야는 지난달 일몰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연내 재입법을 서둘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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