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장인'이 인정한 동양의 남자 '박은선'

23년째 이탈리아서 활동하며 현지 인정받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유일한 야외조각 작가
최근 이탈리아 피사국제공항서 2년간 작품 전시
  • 등록 2015-09-14 오전 6:14:10

    수정 2015-09-14 오전 6:14:10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조각가 박은선이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야외에 설치한 자신의 작품 ‘복제의 연속’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박은선).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피사의 사탑’이 있는 이탈리아 피사를 찾는 한국 관광객은 피사국제공항에 내리면 뿌듯해 할 만하다. 공항 실내와 야외에 있는 대형 대리석 조각작품 9점이 한국인 조각가 박은선(50)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화강석이나 대리석을 스프트라이트 무늬로 붙여 구슬이나 원통모형으로 쌓아올린 높이 3~7m의 조각품은 공항의 모습과 어울려 독특한 조형미를 뽐낸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박 작가는 “공항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는 2017년 6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라며 “내년 6월께 피렌체시 초청으로 메디치가의 보볼리정원에서 열 전시에서는 10m 이상 대형작품을 선보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한국의 대학에서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뒤 1993년 이탈리아 카라라 예술국립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났다. 카라라 근처 이탈리아 내 백대리석 산지로 유명한 피에트라산타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조각에 몰두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피에트라산타는 인구 2~3만명 규모의 소도시지만 르네상스시대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호안 미로, 헨리 무어, 보테로, 데미안 허스트, 마크 퀸 등이 작업했을 만큼 ‘조각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조각가 박은선이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박은선).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작업실에 틀어박혀 조각만 했다. 생계가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소위 한국적인 조각을 고민하기보다 하고 싶은 추상조각을 했다. 한국인으로 30년을 살았기에 ‘한국적인 특성’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을 것이란 확신에서다.”

확신은 틀리지 않았다. 1997년 피에트라산타에서 초대전 제의가 왔다. 그간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놨기에 무리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에 대해 “조각의 선이라든가 조각이 들어선 장소의 여백 같은 게 동양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호평했다. 이후 유럽 각국에서 전시 제의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현재는 피사국제공항의 전시 외에도 빌라기를란다시립미술관, 바르드요새박물관 등 이탈리아 5곳에서 ‘박은선 전’이 열리고 있다. 11월까지 여는 유럽 최대 조각전인 스위스 바드라가르츠 트리엔날레에서도 초청을 받아 작품을 냈다.

외국에서 인정을 받으니 국내서도 관심이 이어졌다. 2013년 개관한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유일한 야외상설 조각품인 ‘복제의 연속’이 바로 박 작가의 작품이다.

“젊을 때는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 생계가 어려웠다. 서양인만 있는 곳에서 동양인으로 작업을 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자연의 일부인 돌이 좋았고 매일 작업을 쉬지 않았다. 현지 장인들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다. 작품에 두 가지 색을 쓴 건 외국인으로 살면서 갖게 된 이중적 정체성의 표현이다. 기둥은 예술가로서 세상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다. 결국 조각을 통해 내 이야기를 한 셈이다.”

이탈리아 피사국제공항에 전시 중인 조각가 박은선의 ‘분할 35’(사진=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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