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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즉시 대법원장을 불러야 할 것이다. 대법원장의 영문 명기는 치프 저스티스(Chief Justice)다. 정의의 상징적 존재로 꼽히는 대법원장 정도면 묠니르를 가뿐히 들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반복되는 대법원장 잔혹사를 살펴보면 의문이 고개를 든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으로 징역 7년형을 구형 받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코드인사, 재판지연 등 숱한 논란 속에 불명예스러운 퇴임을 앞두고 있다. 과거엔 유태흥 전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 관련 파문으로 탄핵 위기를 겪었고, 김덕주 전 대법원장은 재산공개 파문으로 자진사퇴했다.
사법부를 이끄는 대법원장의 권한은 묠니르보다 강력하다. 대법관 임명 제청, 헌법재판소 재판관 지명, 전국 판사 인사 권한을 바탕으로 사법부 판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평범한 국민은 물론 권력자들도 재판에 살고 죽고 산다. 어떤 재판은 사회의 큰 흐름을 결정한다. 국민이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것은 대법원장이 누구보다도 고결하고 정의로울 것이란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반복돼온 대법원장 잔혹사는 사법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그 여파는 범죄에 대한 불안과 사회를 향한 분노로 되돌아오고 있다. 대법원장이라는 고위 공직에 대한 국민적 눈높이는 한없이 높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