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동 걸린 정치권 새판 짜기, 특권 폐지엔 왜 말 없나

  • 등록 2024-01-17 오전 5:00:00

    수정 2024-01-17 오전 5:00:00

총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정치권의 새판 짜기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제 3지대 신당을 추진 중인 정치인들이 속속 창당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데 이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도 공천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국민의힘이 어제 공천관리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현역 의원 교체 기준과 경선 방식 등을 논의했으며 민주당은 예비 후보 공천 신청을 받고 있다. 신당 추진 세력의 이합집산과 양당의 인적 물갈이가 맞물리면서 일대 변화의 계기가 다가온 것이다.

거대 양당과 신당 추진 세력들은 혁신과 세대교체 및 기득권 타파를 통한 정치 선진화를 앞다퉈 외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에 낸 메시지에서 “최고의 인재를 국민께 선보여 드리자”며 “미래의 희망을 선사하는 당을 만들자”고 말했다. 14일 창당발기인 대회를 가진 미래대연합은 양당 독식의 기득권 정치 타파를 역설했다. 하지만 이뿐이었다. 국민 신뢰 회복과 정치 쇄신을 앞당길 특권 폐지 약속은 보이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금고형 이상 확정시 세비 반납’과 ‘불체포특권 포기’‘자당 귀책사유로 열리는 재보궐선거에 무공천’ 등이 전부다.

한 위원장의 제안이라고 새로운 건 아니다. 극히 일부이긴 해도 정치권 안팎에서 줄곧 제기된 주장이었다. 187개나 되는 특권에다 1억 5500만원의 연봉, 수억원대의 활동비와 9명의 보좌진 지원을 받는 의원들이 정쟁을 일삼으며 나랏돈만 축내는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원성이 끊이지 않았었다. 특권 폐지를 요구하는 시민 단체와 양식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의원들이 묵살했을 뿐이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지난해 불체포특권 등의 포기에 동의하느냐고 물은 데 대해 7명의 의원만 답한 사실이 선민의식에 취한 우리 정치권의 천박한 민낯을 보여준다.

새 정치를 추구한다면 특권 폐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범죄를 저질렀다면 보통 국민과 동등하게 법의 처분을 받는 게 맞다. 민주당이 미온적인 이유는 이 대표는 물론 돈 봉투 사건 등으로 재판 중인 의원들이 여럿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만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새판 짜기에 나선 정치인들이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 쇄신에 앞장설 것을 약속한다면 민심은 박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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