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기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리스 얘기다. 그리스호(號) 열차의 운전대를 잡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트로이카’로 불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 국제채권단이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놓고 벌인 기싸움을 묘사한 대목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치킨게임’의 달인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게임이론’ 중 하나인 치킨게임은 상대방 담력을 떠보기 위해 절벽을 향해 달리던 두 차량 가운데 먼저 차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지는 경기다. 치킨게임은 강자보다는 약자가 즐기는 전술이다. 속된 말로 ‘더 잃을 것도 없는’ 처지에 있는 약자보다는 자칫 게임 하나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강자에게는 피하고 싶은 ‘독’(毒)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그동안 채권단에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카드로 위협하며 경제적 지원을 얻어낸 치프라스 총리에게 채권단이 결국 등을 돌렸다. 채권단은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그리스가 재정지출 삭감과 구조조정 등 허리띠를 졸라매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구제금융이라는 달콤한 악마의 유혹에 빠진 치프라스는 격앙한 분위기에 휩싸인 채권단의 기류변화를 파악하지 못한 채 ‘정보의 비대칭성’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또한 공무원들이 기승을 부리다 보니 기업들에는 생지옥이나 마찬가지다. 국제적 추세에 뒤떨어진 과도한 규제를 만든 탓에 기업 경쟁력은 바닥을 면치 못했다. 결국 무분별한 복지정책과 낮은 기업경쟁력은 그리스를 국가부도로 이끈 것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대목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다.
디폴트 위기를 맞아 일반 국민은 물론 국회의원까지 현금인출기(ATM) 앞에 줄을 서서 예금을 대량 인출하는 그리스에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펼쳐 나라 살리기에 나섰던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글로벌마켓부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