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만 하면 끝인가? 아니다. 개정 특금법은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제를 단순 신고제가 아닌 수리를 요하는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다. 결국 금융정보분석원장의 ‘수리’를 받지 못한다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적법하게 사업을 운영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요건 중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 발급’은 온전히 은행의 몫으로 남아 있는데, 신고 마감기한을 목전에 둔 현 시점까지도 그 기준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특금법 시행령 제10조의18에서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의 발급 기준에 대해 ①예치금을 고유재산과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을 것 ②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을 획득하였을 것 ③.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별로 거래내역을 분리하여 관리하고 있을 것 등의 기준만 제시하고 있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이 아닌 은행연합회에서 구속력 없는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을 마련했지만, 그 조차도 계속 공개되지 않고 있다가 잘못된 추측과 오해가 증폭되자 지난 7월 8일에야 일부 내용이 공개되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전체 내용이 공개된 것이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한다. 해당 평가방안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참고자료에 불과할 뿐 권고되거나 강제되지도 않는 방안이다.
또 은행연합회가 내놓은 ‘평가방안’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회피·우회대응 등 으로 인해 ‘업무기준’의 실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그 예시로 가상자산사업자가 공개된 평가기준에 따른 요건만을 선택적으로 충족시켜 자금세탁위험도를 본래보다 낮게 평가 받는 행위를 언급하고 있다.
누구나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아니다. 위험성이 높은 사업자에 대해서는 당연히 발급을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은 타당하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 적어도 ‘공정하고 투명한 룰’이 제시돼야 하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기한을 유예하고, 좀 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 마련에 힘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