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기업대출 부실폭탄 막으려면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등록 2023-10-23 오전 6:10:00

    수정 2023-10-23 오전 6:10:00

기업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9월 말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50조원 이상 늘어났다. 일부 은행은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비중을 6대4로 설정하기도 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웃돈다.

가계대출 규제강화로 인한 풍선효과와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험이 낮은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영업을 강화해왔다. 바젤Ⅲ 도입에 따른 규제 강화 등으로 은행들은 신용위험 증가를 기피하고 이자수익 확보가 쉬운 대출영업을 통해 많은 이자이익을 창출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자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가 늘어난 점이 맞물렸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국고채 발행물량이 급증하며 회사채 금리의 상승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대기업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며 은행 기업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전통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위한 충분한 신용등급 확보가 어려워 은행을 통한 간접금융을 이용해왔다.

문제는 고금리 여파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으로 기업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은 가계 주택대출보다 신용위험이 크다. 7월 말 기준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49%로 가계대출 연체율(0.36%)을 웃돌고 있다.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0.39%)보다도 높다. 외감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이자보상배율 1 미만) 한계 기업 비중이 약 16%로 지난해 대비 늘어난 점도 부실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물론 은행의 기업대출 영업 확대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자금 조달난을 겪는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숨통을 열어줄 수 있다. 은행으로선 충분한 수준의 자본 확충과 대손충당금 적립이 전제돼 있다면, 높은 위험프리미엄에 따른 이자수익 확보를 바탕으로 영업비용 대비 영업수익 비율을 개선할 수도 있다. 영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은행의 기업대출은 신용보증기관의 보증 협력에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대출심사 시 회계·재무정보 등 정량평가가 어렵다. 기업문화, 대표이사의 됨됨이 등 정성적 평가자료인 연성정보 확보도 쉽지 않다. 은행과 기업간 오랜 기간 관계를 쌓아야 하지만 대부분 은행들은 대기업과의 관계 형성에 집중하고 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기업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에 비해 자본확충 수준이 낮고, 법적·감독정책 목적으로 요구되는 충당금 이상으로 실제 적립한 충당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집중은 저축은행 건전성 및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65조1000억원으로 총대출(109조3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기업대출 연체율은 5.76%로 가계대출(5.12%)보다 높아졌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6.35%)이 전체 기업대출 건전성을 악화시켰지만,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법인대출 연체율만 떼어놔도 5.45%로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높다.

결론적으로 은행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의 적정공급 한도를 관리하기 위한 규제지표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기업대출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더 많은 자본확충과 대손충당금 적립을 유도해야 한다.

저축은행은 아직까진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이 규제비율을 상회하고 있지만 손실흡수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커버리지 비율)은 지난해 말까지 113.3%였으나 올해 들어 100% 아래로 떨어졌다. 충당금을 규제수준 이상(요적립액 대비 적립률 100% 이상)으로만 적립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상황이 어렵더라도 보다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지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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