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마님 후보' 최경철을 깨운 김태형 코치의 조언

  • 등록 2012-03-26 오후 12:42:51

    수정 2012-03-26 오후 1:13:15

[이데일리 박은별 기자] 지난 미국 플로리다 캠프. 김태형 SK 배터리 코치가 포수 최경철을 조용히 불렀다. 조인성이 LG에서 SK로 이적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며칠 뒤였다. 그리고선 말했다.

"밧줄을 너무 절실하게 잡고 있으려고 하지 마라. 밧줄을 놓아 봐라. 더 편해질 것이다."

정상호, 박경완, 허웅에 조인성까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던 SK 안방마님 자리. 앞길이 막막했지만 최경철은 김 코치의 조언대로 밧줄을 놓았다. 주전, 엔트리 진입에 대한 희망을 놓은 것이 아니었다. 그가 내려놓은 건 마음의 부담과 압박이었다.

힘들었던 고비를 넘기고 다시 마음을 다 잡은 최경철은 이번 캠프에서 가장 많은 땀을 흘렸다. 훈련만이 자신의 살 길이었고 훈련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훈련보조들은 이번 캠프서 제일 열심히 훈련을 한 선수로 최경철을 가장 먼저 꼽기도 했다.

김 코치 역시 "연습량도 많았고 스스로 나가서 티(배팅)도 치고 열심히 하더라. 힘든 데 참는 건지 힘든 거 전혀 내색도 안하더다. 방망이면 방망이, 수비면 수비 체력 안배보다는 몸을 혹사 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느껴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 지난 일본 오키나와 캠프서 우수 수훈타자에 선정된 최경철이 이만수 감독에게 상금을 받고 있다.
이를 악물고 시작한 훈련. 그 성과는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록 일본 실전캠프 타율은 2할(홈런 1개 포함), 시범경기 타율은 1할대지만 팀 내 입지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최근 시범경기에선 조인성, 정상호가 번갈아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고 5회 이후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래도 포수 중에서 가장 많은 경기, 전 경기(7경기)를 뛰었다. 조인성(16타석)과 타석수(15타석)도 소화 이닝수도 비슷하다. 그만큼 많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고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이만수 감독은 "타격, 수비 모두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최경철 역시 "시즌을 앞두고 컨디션이 계속 좋다. 지금까지 페이스 중 최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해 나이 33. 어느덧 고참급의 선수가 된 만큼 기술적인 보완보다는 김태형 코치의 조언으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었던 동력이 됐다.

김 코치는 "자신감이 많이 생겨서 신나서 하는 것 같다. 기술적인 부분이야 이제 말안해도 다 안다. 조금 더 심리적으로 편안해 진 것, 농담도 하면서 즐거운 분위기에서 하고 있어서 기술적으로도 안정되고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 감도 생겼고 몸 움직임도 훨씬 좋아졌다"며 흐뭇해 했다.

최경철 역시 김태형 코치의 조언에 힘입어 더욱 힘을 내고 있다.

"다 김태형 코치님 덕분이다. 자신감을 심어주시는 말씀 많이 해주시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많이 아껴주신다. 좋은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운동하는 것이 자신감도 생기고 컨디션도 나날이 좋아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 아침에 조인성, 박경완 등 선배들을 실력으로 따라잡긴 힘들다. 본인도 물론 현재 자신의 역할을 무척 잘 알고 있고 이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수비 잘 해주고 팀을 위해 궃은 일을 하고 내 할 것만 하다보면 언젠간 기회가 올 것이다. 지금은 정상호, 허웅이 부상으로 많은 기회를 잡고 있지만 실력으로 이들과 당당하게 맞서서 내 자리를 찾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최경철은 그라운드에서, 덕아웃에서 연신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신인선수보다 더 파닥파닥 열심히 뛰면서 팀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게 김 코치가 바라본 최경철이었다. 그렇게 그는 한걸음 한걸음 주전을 향해 발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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