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유엔 한국대표부는 '반기문 사조직'인가

  • 등록 2015-11-27 오전 6:00:01

    수정 2015-11-27 오전 6:00:01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조문소를 방문했다. 최근 방북관련 이슈에 시달리던 반 총장은 조문 계획을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았으나 사전에 정보를 입수한 일부 한국 취재진이 대기 중이었다.

이날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는 특파원들에게 조문을 마친 뒤 취재에 임해줄 것을 요청했고 특파원들 역시 방문 목적과 장소 등을 고려해 이를 수용했다. 도착 직후 반 총장은 곧장 2층에 마련된 조문소로 향한 뒤 예정대로 조문을 마쳤다. 이어 반 총장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 김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인터뷰는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고 본인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형태로 진행됐고 한국 특파원들은 최대 관심사인 북한 방문에 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추가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은 반 총장 측 경호원들로부터 거센 제재를 받았다. 동양인에 비해 훤칠한 키와 체격을 자랑하는 경호원들은 한국 특파원들을 마치 위험인물 대하듯 완력으로 거세게 밀어내거나 뒤로 끌어냈다. 기자의 경우 반 총장 측 경호원이 한 팔로 상체를 끌어안아 들어올리는, 불쾌하고 당혹스러운 성추행 수준의 과잉 경호를 경험해야 했다.

주 유엔 한국대표부 공관은 입장시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하고 취재진이 방문할 때도 사전 약속을 한 담당자가 직접 1층에 내려와 동행하도록 돼 있다. 다시 말해 검색대를 통과해 공관에 들어선 방문객이 어떤 치명적 위협을 가할 수 없는 구조란 얘기다. 더군다나 당시 한국 특파원들은 양손에 방송용 마이크 혹은 음성 녹음기, 취재수첩 정도를 들고 있었을 뿐 주머니에 손을 넣는 등 의심스런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유엔 대변인과 유엔 파견 한국 외교관들, 경호원, 유엔대표부 직원들이 반 총장을 엄호하는 상황에서 한국 특파원들의 존재가 물리적으로 끌어내야 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반 총장과 유엔 측 관계자들이 한국 취재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다. 기자의 항의와 공식 사과 요구에 유엔 대변인이 하루가 지난 뒤 부랴부랴 유감 표명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특히 주 유엔 한국대표부의 태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기관이라기보다는 반 총장 개인 입장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듯 했다. 방북 이슈에 대한 한국 언론 취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고 취재를 하는 취재진에게 “민감한 문제는 묻지 말아달라”거나 “(답변이) 이만하면 되지 않았냐”는 태도를 보인 점도 그렇다. 특히 대표부 공관에서 공적인 취재업무를 위해 본국에서 파견된 한국 특파원들에게 신체적으로 과도한 제재가 가해지는 것을 목격했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이었다. 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취재동선을 설정해놨어도 무용지물이었을 것”이라며 되레 한국 취재진을 탓했다.

주 유엔 한국대표부는 홈페이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지구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면서 “대한민국이 세계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책임있는 중견국가로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기관이지 반 총장과 유엔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사조직이 아니라는 얘기다. 주 유엔 한국대표부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부터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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