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는 인생의 롤모델"…'여든살 공연' 약속 지킨 박정자

[80세 기념 연극 '해롤드와 모드']
130분 공연 끝난 뒤 기립박수 쏟아져
주인공 모드 역으로 7번째 출연
"모험심을 가져요" 용기·위로 전해
  • 등록 2021-05-13 오전 6:00:00

    수정 2021-05-13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연극 ‘해롤드와 모드’가 공연 중인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130분 동안의 공연이 끝난 뒤 이어진 커튼콜에서 배우 박정자가 등장하자 관객들이 하나 둘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80세 노배우가 보여준 열정적 연기에 대한 화답이었다. 객석을 꽉 채운 기립박수에 박정자는 온화한 미소로 인사를 전했다. 작품 속 모드가 그곳에 있었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의 한 장면. 2막에서 모드(박정자 분)와 해롤드(오승훈 분)가 나무 위에 올라가 세상을 향한 모험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해롤드와 모드’는 배우 박정자의 시그니처 같은 공연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총 일곱 차례 공연했는데, 박정자는 그 중 6번의 공연에서 주인공 모드 역으로 관객과 만났다. 박정자가 7번째로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80세까지 이 작품을 공연하고 싶다”고 공언했던 그가 한국 나이로 80세가 돼 선사하는 마지막 ‘해롤드와 모드’로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됐다. 박정자가 처음 출연했던 2003년 ‘해롤드와 모드’를 제작했으며 박정자와 남다른 친분을 지닌 배우 윤석화가 연출을 맡았다.

원작은 작가 콜린 히긴스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동명영화다. 자살을 꿈꾸는 19세 청년 해롤드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80세 모드를 만나 사랑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다소 파격적인 설정이지만, 청재킷에 화사한 원피스를 입은 소녀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박정자의 모드는 파격을 잊게 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내 인생의 롤모델”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박정자의 말처럼, 자유로운 영혼의 모드는 마치 박정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특히 해롤드와 모드가 나누는 대화는 80세 노배우가 젊은 세대를 향해 전하는 용기와 위로로 다가왔다.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과도한 어머니의 집착 속에서 방황하며 자살까지 시도했던 해롤드는 모드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이 자신 앞에 있음을 알게 된다. 숲 속 커다란 나무 위에서 모드는 해롤드에게 “모험심을 가져야 한다”며 세상을 향한 두려움을 떨쳐내라고 격려한다. 다리를 만드는 건축가와 담을 쌓는 건축가가 부처님과 만난 일화로 전하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담을 쌓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다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의 한 장면. 해롤드(오승훈 분)에게 춤과 음악의 힘을 알려준 모드(박정자 분)가 해롤드와 함께 춤을 추는 1막의 마지막 장면이다(사진=신시컴퍼니).
다른 공연보다 무대전환이 많아 자주 등장하는 암전, 그리고 해롤드와 모드 이외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다소 과장된 연기는 아쉬운 점이었다. 그럼에도 박정자가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만큼은 강한 몰입력을 선사했다. 자신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준 이를 향해 느끼는 사랑, 그리고 성장을 위해선 이별이 필요하다는 보편적인 이야기는 감동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박정자는 “80세가 되면 모드처럼 돼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그래도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80세를 향해온 지금까지 배우로 무대에 서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스스로 잘 해왔다고 생각하고, 사뿐하고 가볍게 이번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이번 공연 소감을 밝혔다. 해롤드 역에는 연극계 유망주인 배우 오승훈, 임준혁이 더블 캐스팅됐다. 공연은 오는 23일까지.

연극 ‘해롤드와 모드’의 한 장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모드(박정자 분)가 웃음을 짓고 있다(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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