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발상지는 유럽이다. 하지만 잭 니클라우스와 타이거 우즈가 세계 무대를 평정하면서 오랜 기간 미국은 골프의 성지였고, 유럽은 들러리였다.
특히 우즈는 ESPN이 실시한 ‘역사상 가장 훌륭한 골퍼는 누구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니클라우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만큼 대스타였다.
2009년 성 추문과 부상으로 인한 부진으로 작년 10월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에게 5년 동안 지켜왔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넘겨줬을 때도 사람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미국 PGA투어는 막대한 스폰서를 바탕으로 유러피언투어를 압도해 왔다. 여전히 세계 최고의 무대이다. 하지만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미켈슨이 우승한 이후 올 US오픈까지 총 5번의 메이저 대회에서 미국 선수들은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했다. 미국골프계는 완패를 당한 것이다. 일주일로 다가온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오픈도 유럽 선수들의 안방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일 발표된 세계 랭킹 순위도 유럽과 미국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1위부터 4위까지 유럽 선수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우즈는 17위까지 추락했고, 2인자 필 미켈슨도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 이후 큰 소득이 없어 6위까지 하락했다. 지난주 AT&T내셔널에서 최경주를 꺾고 우승해 시즌 2승을 달성한 닉 와트니(미국)가 10위로 상승하며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PGA투어가 명성을 되찾을 가장 확실한 해법은 ‘제2의 우즈’가 나와야 한다. 아니면 우즈가 완벽한 몸으로 복귀해야 한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더스틴 존슨과 닉 와트니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임팩트가 부족하다. ‘황제의 귀환’도 힘들어 보인다. 이제는 유럽 선수들이 메이저 대회와 PGA투어로 몰려와 우승컵을 거머쥐며 세계 랭킹을 장악하는 현상이 자연스러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