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환경 바뀌었는데도'…'공정거래법·상법' 개정 그대로 추진

정부, 20대 국회 폐기된 법안 재상정
“공정경제 과제 방향성·개혁성 여전히 유효”
금산분리 논란 'CVC'도입, 국회입법으로 돌려
"경제환경 변화 고려안해" 반발 목소리도 거세
  • 등록 2020-06-11 오전 12:00:00

    수정 2020-06-11 오전 12:00:00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상윤 최영지 기자] 정부가 20대 국회에서 야당 반대로 좌절됐던 ‘공정경제’ 관련 법안들을 사실상 그대로 상정했다. 여당이 국회에서 177석을 확보한 만큼 연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당초 입법을 추진했을 때와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기업경영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불구, 정부가 별다른 고민없이 거대 여당에 기대 기업규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재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CVC도입은 정부 입법 대신 국회입법으로 돌려

공정위와 법무부는 10일 각각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과 상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기존순환출자규제, 금융보험사 및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강화, 지주회사 규제 강화를 비롯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 핵심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기업방어권을 강화하는 법안만 통과했고, 단 한번도 논의하지 못한 채 폐기됐던 대기업 규제 강화안이다.

현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다. 개정안은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분없이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20%로 낮추고 이들이 보유한 자회사(총수일가 지분 50% 초과)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다. 이 경우 규제 대상기업이 지난 5월 기준 210개에서 591개로 늘어난다.

전속고발권 역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경성담합에 한해 폐지한다.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과 관련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요청이 없더라도 검찰이 별도로 수사해 기소까지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중복 수사 우려를 줄이기 위해 공정위와 법무부는 리니언시(자진신고자 면제) 사건 중 입찰담합과 공소시효 1년 미만 사건만 검찰이 우선 수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김재신 사무처장은 “기존에 법무부와 합의했던 안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유망 벤처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한 벤처지주회사 개정안도 그대로 추진된다. 벤처지주회사 설립요건(자산규모 5000억→300억)을 완화하고, 자회사의 대기업집단 편입 유예기간(7→10년)을 확대하면서 대기업이 벤처회사를 샀을 때 적용되는 규제 부담을 완화한 것이다.

다만 공정위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도입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위는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서 ‘CVC 도입 제한적 검토’라는 문구를 담았지만, 정부안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금과옥조’로 불리는 금산분리 규정을 21년 만에 깨는 문제라 국회 통과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상법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전자투표제 등 기존 의원안으로 발의했던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다중대표소송은 모(母)회사 주주가 불법을 저지른 자(子)회사 임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를 통해 모회사 소액주주들의 경영감독권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는 감사위원도 분리 선출된다.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하고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전자투표제 활성화 방안도 담겼다. 다만 당초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추진했지만 전자투표를 실시한 회사에 한해 주총 결의 요건을 완화로 인센티브를 부여했고,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재계의 우려를 반영해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했다.

20대 국회 폐기된 전부개정안 그대로 상정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20대 국회에 제출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그대로 상정한 것은 177석이라는 거대 여당의 힘을 빌어 속도감 있게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공정거래법은 이미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심사 등을 통과했던 안이라 신속하게 국무회의까지 일괄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개정안이 8월말까지는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에 제출해 9월 정기국회부터 법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당초 개정안을 올렸던 2018년말과 비교해 경제상황이 코로나19 등으로 바뀌었고, 일부 기업들은 공정위 압박에 지배구조개편까지 나선던 터라 공정위가 추가적인 실태조사없이 기존 법안을 그대로 올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LG그룹 등 대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의혹 해소를 위한 총수일가 지분매각 등 자발적으로 개선 움직임을 보였고, 지난해 대기업 내부거래 규모도 2017년 12조9542억 대비 32.0%(4조1459억원)가 줄었다. 경직된 규제를 만들기보다는 유연한 연성규범을 통해서도 개혁이 이뤄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개편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순환출자고리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해소한 것처럼 내부거래도 줄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공정위가 추가 실태조사 없이 법개정 방식을 다시 추구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 내부거래가 준 것은 내부거래가 많은 기업들이 규제망에서 빠져나간 탓이 보다 크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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