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만은 고스란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 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줄이기 위한 대응이 미흡했던 것은 물론 때이른 경제 재개로 재확산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특히 뉴욕과 코네티컷 등 미 북동부 지역에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는데, 이는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주(州)에 대한 보복으로 일부러 지원을 소극적으로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에 식당 문 다시 닫아…美식품난 심화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업체 IRI를 인용해 지난 5일 기준 미국 내 포장(저장)음식, 음료, 생활용품 재고가 10% 가량 부족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이전에 5~7%였던 것보다 2배 가량 높아진 것이다. 슈퍼마켓의 저장식품 재고 부족률은 지난 3월 14%를 넘어섰다가 6월 말쯤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8%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들어 다시 꾸준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재고량이 가장 부족한 품목으로는 밀가루가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밀가루 수요는 코로나19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3월 전년동월 대비 233% 폭증했다가 봉쇄령 해제 이후 다시 감소하는 추세지만, 6월 수요를 보면 전년동기 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식료품 품귀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은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재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 주 정부가 경제활동 재개를 미루거나 일시중단하면서 식당이나 술집 등이 다시 문을 닫았고, 집에서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는 가정이 늘어나며 식료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한 플로리다·캘리포니아·텍사스·애리조나주 등 미 남서부 지역은 식당 입장 인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식료품 생산업체들 중 일부가 공장을 다시 폐쇄하거나, 가동 중이라도 안전지침 강화 등으로 생산능력을 대폭 축소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션 코놀리 콘애그라 브랜즈 최고경영자(CEO)는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며 “생산 능력을 높이거나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한 쉐프 보얄디나 헬시 초이스 등과 같은 특정 브랜드의 상품 라인을 구축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킹아서 밀가루의 마케팅 책임자인 빌 타인도 “정상적인 생산량의 2배, 3배 늘려도 여전히 주문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퍼마켓 등 식료품 소매점은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네브라스카 소재 B&R스토어의 마크 그리핀 사장은 “지난 3월 이미 재고를 소진한 중서부 지역에서 감염이 재확산하면서 공급망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식량난은 특히 일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식료품 공급업체들은 미국 전체적으로 볼 때 미국인들이 모두 먹고도 남을 만큼 재고가 충분하지만, 바닥난 곳에 신속하게 공급할 만한 여력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지역의 식량난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민주당은 정부가 뉴욕과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뉴햄프셔, 메인, 매사추세츠 등 북동부 7개 주에 대한 소극적 지원으로 식량난을 불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곳들이다.
폴 톤코(뉴욕) 등 민주당 하원의원 12명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이슈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농무부는 전염병으로 최악의 타격을 입은 일부 주들을 계속 무시하고 있다”며 “농민을 비롯한 미국인 모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든 (긴급지원) 프로그램을 불투명하고 그릇된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목소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