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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재대는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의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이 사재 3000억원을 출연, 설립한 대학으로 오는 9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0일 고등교육법상의 사이버대학으로 교육부 인가를 받았다. 교육부가 4년제 대학을 인가한 것은 2012년 개교한 건양사이버대 이후 11년 만이다.
모든 수업 온라인으로 진행
태재대는 미네르바 스쿨을 벤치마킹해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벤처 기업가 벤 넬슨이 2014년 설립한 미네르바 대학은 캠퍼스 없이 학생들이 세계 7개국을 순회하면서 문제해결 과제를 수행하고 온라인으로 토론식 수업을 듣는 교육 혁신으로 유명해졌다. 특히 졸업생들이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면서 연간 200명 모집에 2만여명이 지원하는 명문으로 성장했다.
태재대도 오는 8월 총 200명(한국인 100명, 외국인 1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모두 전공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학부(혁신기초학부)로 입학하며 2학년 때 △인문사회학부 △자연과학부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 △비즈니스혁신학부 등 4개 학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염재호 총장은 “복수전공은 물론 자기전공설계까지 인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학부 간 교차 이수를 권장하면서 본인이 설계한 전공까지도 인정해주는 학사제도를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태재대의 수업은 철저히 소규모 토론식으로 진행된다. 주입식 교육으로는 창의력·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전임교수 40명과 겸임교수 60명 등 총 100명을 교수로 임용하려는 계획도 이런 이유로 마련됐다. 학생들은 교수가 지정한 영상·자료·논문을 숙지한 뒤 수업에 참여해야 하며 실제 수업은 영어 토론으로 진행된다. 염 총장은 “통상 주입식 대학 강의를 들으면 수업 내용의 5%만 기억하지만 토론에 참여하면 이를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입학 후 첫 3학기(1학년~2학년 1학기)까지는 국내에서 교육을 받지만 이후에는 도쿄·뉴욕·홍콩·모스크바를 각각 1학기씩 체류하면서 현장 중심의 학습활동을 하게 된다. 팀을 구성해 미국 뉴욕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연구해보는 식이다.
개교 시점은 3월이 아닌 9월로 정했다. 한국·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9월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어서다. 염 총장은 한국 학교와 맞지 않는 학기제에 대해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라면서도 “올해 고3 학생들보다는 재수생이나 이미 대학에 입학한 학생 중 국내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 등이 모집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교육계에선 이런 태재대의 실험에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우수 학생 유치에는 회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뜩이나 우수 인재가 의·약대나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대학으로 쏠리고 있고 학령인구 감소 역시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대학 브랜드 중시 문화에 회의론도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3학년도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679만원이다. 가장 등록금이 비싼 의학계열이 979만원으로 기숙사비를 합할 경우 태재대의 등록금이 더 비싸다. 태재대는 국가장학금 소득분위 기준 ‘기초~5분위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약 204만명의 전체 대학생 중 5분위 이하 학생은 30%에 그친다. 나머지 70%의 학생들은 이런 학비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미네르바 스쿨을 벤치마킹했다지만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이라며 “우수 인재에게 기존의 명문대를 대체할 만한 대학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도 “태재대의 실험은 신선하긴 하지만 대학 브랜드를 중시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우수 학생 모집이 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태재대는 다음달 15일부터 신입생 원서접수를 시작하며 최종 합격자 발표는 8월 11일로 예정돼 있다. 국내 학생 기준 태재미래인재전형으로 70명을, 자기혁신인재전형 20명, 사회통합전형으로 10명을 선발한다. 염재호 총장은 “미네르바 대학도 첫해에는 15명을, 이듬해에도 30명의 신입생만 선발했지만 이후 제대로 된 교육을 한다고 소문이 나면서 지원자가 2만 명을 넘는 대학이 됐다”며 “태재대의 설립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을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