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청순한 A양'의 진실..."어린나이 주연 강박 컸다" (인터뷰①)

  • 등록 2008-10-29 오후 12:39:17

    수정 2008-10-29 오후 4:43:11

▲ 손예진(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사람 사이에 오해는 생기기 쉽다. 기자의 지인 중 한 명은 옆에서 불러도 모른 척 외면하는 경우가 잦았다. 내심 사람 말을 무시하나 싶어 기분이 상했다. 결국 왜 들은 척도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 사람은 한 쪽 귀가 좋지 않아 잘 들리지 않는다며 미안해했다. 알고 보니 청력 문제로 군대를 면제 받은 사람이었다.

이렇듯 곁에서 함께 지내는 사람 간에도 오해가 생기기 쉽다. 하물며 카메라를 통해 만나는 연예인에 대한 오해는 오죽할까. 연예인은 대중의 곁에 있지만 또 먼 곳에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또한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다. 대중들의 부러움을 받지만 그만큼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석되고 이야기 된다. 그 시발점은 오해고 결과는 루머다.

◇'아내가 결혼했다', '청순한 A양' 또 다른 루머 양산 우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인터뷰를 위해 만난 손예진도 누군가의 오해로 비롯된 대중들의 루머 속에 오랜시간 소위 '청순한 이미지의 A양'으로 살았다. 손예진은 지난 5월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도 자신을 둘러싼 3대 루머 즉 ‘드라마 온에어의 건방진 톱스타 오승아의 실제모델이다’와 ‘고등학교 때부터 나이트클럽 죽순이었다’, ‘강북 강아지를 무시했다’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손예진은 그런 측면에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출연을 주저했다. 일처다부를 주장하는 주인공 주인아로 인해 행여 또 다른 오해를 받게 될까 싶어서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제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박현욱 작가의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발표 당시 여자 주인공 주인아가 일처일부제를 부정하며 일처다부를 실천하는 설정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손예진은 "극중 주인아가 남편인 노덕환(김주혁 분)에게 '하늘의 달이나 별을 따다 달라는 것이 아닌 남편만 하나 더 달라'는 투정을 부리는 대사가 있다"며 "그 대사를 할 때 주인아가 미친 X이 아니냐며 감독에게 항의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예진이 주인아라는 캐릭터를 선택한 것은 묘한 끌림 때문이었다. 주인아 같은 여자를 관객들이 이해해줄 것 같지 않았지만 배우로서는 흥미로운 캐릭터였고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연기로 평가를 받고 싶은 손예진의 오기도 발동했다.

영화를 촬영하며 20대 중반의 여자 손예진의 부끄러움이나 개인적인 생각은 개입되지 않았다. 개봉 후 화제가 된 김주혁과의 베드신에 대해서도 손예진은 “작품을 선택했을 때 이미 마음먹었던 부분”이라며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던 것도 배우로서 작품에 최선을 다했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했다.

◇'건방진 그녀' 인정, "꼬맹이 시절엔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손예진이 연기에 있어 자신감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손예진은 또래 배우들에 비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1982년생인 손예진이 1999년 CF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약 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6편 남짓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또래 배우들과 비교할 때 단연 돋보이는 행보다.

손예진은 청순한 고교생에서부터 섹시함으로 무장한 작업녀, 남편의 외도를 알고 괴로워하는 유부녀, 헤어진 뒤 진짜 연애를 하게 되는 이혼녀, 기억상실증에 걸린 아내, 소매치기 집단의 리더, 사회부 기자 등등 많은 캐릭터를 자신의 얼굴로 삼았다. 그리고 매 캐릭터 모두 드라마와 영화의 간판인 주인공이었다. 데뷔 초 2~3년을 제외하고 손예진은 20대 초반부터 ‘주인공’이란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채 촬영현장에 나가야 했다. 
▲ 손예진(사진=한대욱 기자)

“사실 그때는 촬영현장 주변이 보이지 않았어요. 꼬맹이였죠.”
 
손예진은 20대 초반의 자신을 ‘꼬맹이’라고 칭했다. “꼬맹이 때는 연기도 잘 몰랐고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지도 잘 몰랐다. 오로지 내 연기에만 조바심을 내고 급급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수많은 스태프들과 선배 연기자들이 20대 초반의 여자 주인공 손예진을 주시했다. 손예진은 그런 촬영장의 분위기까지 계산하며 연기에 임할 정도로 여유가 있질 못했다. “사람들이 저를 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손예진은 오직 카메라에만 집중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연기 하나만 잘 하기에도 20대 초반의 손예진에겐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주연배우가 연기를 못한다는 말을 들을까봐 늘 노심초사했어요. 게다가 붙임성 있는 성격도 못됐구요.”
 
스태프들이나 배우들과 어울리기보다 그 시간에 대본을 더 보고 연기를 위한 감정에 몰입하는 것이 ‘꼬맹이 손예진의 생존법’이었다. 그 밖에 다른 걸 볼 여유나 자신감이 당시 그녀에겐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강박관념과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였다.

“아마도 그래서 저에 대한 오해가 그렇게 많이 생겨나지 않았나 싶어요. 그때 제가 인사도 잘 않고 사람들과 제대로 어울리지도 않았었거든요. 
 
손예진은 그렇게 '청순한 A양'의 오해를 일정 부분 스스로 인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달라졌다”는 게 또 그녀의 말이다. 
 
“시야가 많이 넓어졌어요. 예전엔 촬영장에 들어서면 카메라만 보였었는데, 요즘은 스태프들에 동료 배우들까지 다 보이죠. 그런만큼 여유가 생겼달까요?”

◇배우 손예진의 연기관, "1%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도전한다"

그래도 낯을 가리고 친한 사람들과만 어울리는 천성 자체는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손예진은 "모든 사람들과 다 잘 지내기는 연기 잘 하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인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구에서 자란 손예진은 연예계 관계자들보다 오히려 서울로 상경한 고등학교 동창생들을 더 자주 만난다고 했다. 그들만큼 자신을 오해 없이 봐주는 사람들이 또 없기 때문이다.

오해로 비롯된 루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찌보면 연예인의 굴레와도 같다. 연예계의 온갖 억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며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거의 집에서 지내는 편이구요. 가끔 여행을 다니며 스트레스를 푸는데 그래도 가장 손쉬운 스트레스 해소법은 책 읽기예요.”
 
손예진은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 또한 줄줄이 꾀고 있었다. 소설을 주로 읽지만 여러 가지 분야 가리지 않고 손 뻗치는 대로 읽는 잡식성이라 했다.

인터뷰 내내 옆에서 입을 닫고 있던 손예진의 매니저는 입이 근질근질하다는 듯 그제서야 한마디를 거들었다.
 
“제가 예진 씨와 5년 동안 일을 함께 하면서 방송국보다 서점 심부름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한 번 서점에 가면 양손으로 가득 책을 사가지고 오게 되죠. 제가 무슨 서점 직원도 아니고...”

‘아내가 결혼했다’의 원작소설 역시 손예진은 2년 전에 읽었다고 했다. '과연 내게 이런 역이 주어진다면 할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하며 읽은 기억이 난다고. 그러나 결국 소설 속 주인아는 손예진의 또 다른 이름이 됐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물어봤다. 왜, 파격적인 주인아를 선택했냐고. 손예진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고 쉬웠다.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이 1% 정도라도 있어 보여 도전했어요.”
 
대답은 짧았지만 그 속엔 배우로서 손예진이 품은 신념이 오롯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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