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폰' 배성우 vs '특종' 배성우

  • 등록 2015-10-14 오전 8:45:52

    수정 2015-10-14 오전 8:45:52

배성우.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악랄한 살인마냐 살인마를 쫓는 형사냐. 무엇하나 단편적인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이런 구도가 된다. 두 영화 모두 본다는 전제하에, 어떤 캐릭터를 먼저 마주하는 게 좋을까. 선택의 결과와 상관없이 ‘어? 저 사람!’이라는 반가움이 ‘와, 저 사람’이라는 놀라움으로 바뀔 게 분명해 보인다.

‘포스트 유해진’, ‘포스트 오달수’라 불리는 그. 두 배우처럼 어떤 영화에서든 역할의 비중과 상관없이 큰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뜻이다. 동시에 두 배우처럼 ‘다작의 아이콘’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배우 배성우가 그렇게 스크린 스타가 됐다. 요즘 그는 ‘배성우 전성시대’를 산다. 지난해만 ‘몬스터’, ‘인간중독’, ‘신의 한 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나의 독재자’, ‘빅매치’, ‘상의원’, ‘워킹걸’에 얼굴을 비췄다. 올해 ‘오피스’로 칸 국제영화제도 다녀왔고, ‘베테랑’으로 천만 돌파 영화에 톡톡히 힘을 보탰다. 100명 넘는 남자 캐릭터가 필요했던 ‘뷰티 인사이드’에도 빠지지 않았다.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개봉을 앞두고 있는 ‘더 폰’에서 주연을 맡았고, 같은 시기 개봉되는 ‘특종: 량첸살인기’에도 출연한다. “하반기로 시점이 몰려서 그럴뿐, 특별히 대세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역할 크기 상관없이 연기에 임하는 마음은 늘 똑 같다고 생각한다”는 겸손함이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요즘 심정의 전부다. “충무로 대세라고 아무리 말해도 이경영 선배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하는 농담이 그가 가질 여유의 전부다.

배성우 전성시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은 ‘이번 주’다. ‘더폰’과 ‘특종’이 22일 동시에 개봉되기 때문. 게다가 극과 극의 캐릭터다. ‘더폰’에선 극악한 살인마로 출연하고, ‘특종’에선 연쇄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로 나온다. 두 작품 모두 개성 강한 스릴러물에 B급 유머 코드도 섞여있는 장르물이다. 영화를 연달아 볼 경우, ‘더폰’과 ‘특종’의 이야기가 머리 속에서 섞여버릴 수도 있고, ‘더폰’의 형사가 배성우고 ‘특종’의 살인마가 배성우로 치환되는 묘한 경험도 하게 될 지 모른다. 행복한 걱정인 셈이다.

SBS 배성재 아나운서의 형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그는 개성 강한 목소리에 안정된 호흡, 묵직한 발성으로 캐릭터에 숨을 불어 넣었다. 술에 취한 연기를 하고 약에 취해 정신이 빠져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도 그의 연기가 관객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는 기본기부터 탁월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눈빛 하나로 애절함, 섬뜩함, 절박함, 폭발 직전의 분노까지 표현해내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관객의 마음을 훔친다.

‘더폰’에서 배성우와 격렬하게 연기 호흡을 맞춘 손현주는 그를 극찬했다. 손현주는 “배성우와 다투는 신에서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을 만큼 몰입도가 강했다”며 “그에게는 앞으로도 많은 얼굴들이 있을 거다”고 봤다.“‘베테랑’과 ‘빅매치’의 코믹스러운 모습 외에 더 많은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고 힘을 실어줬다.

올 하반기가 지난 후에도 ‘배성우 영화’는 몰려올 전망.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와 ‘내부자들’, ‘섬 사라진 사람들’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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