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IFRS]②기업·회계법인 혼란…“제2, 제3 삼바 나올라”

기업 자율성 존중한다 해놓고…금유당국 규제 후폭풍
수주·바이오산업 등 논쟁 계속…“구체적 기준이 없어”
新외감법 적용으로 대상·책임 강화…논쟁 확대 불가피
  • 등록 2018-11-29 오전 5:00:00

    수정 2018-11-29 오전 8:54:58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원칙을 중심으로 한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한 규제 환경 리스크가 커지면서 감사대상과 감사인들이 ‘패닉’에 빠졌다. 기업 재무담당자들은 어렵기만 한 회계기준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이들을 감사해야 할 회계법인 역시 정확한 판단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처지다. 사업·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향후 감리 공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새로운 외부감사법이 시행되면서 감사대상이 확대되는 한편 새로운 회계기준도 꾸준히 추가되고 있어 회계기준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 확산될 전망이다. ‘제2, 제3의 삼성바이오’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 맹점 드러나

IFRS란 회계기준이 정한 원칙 아래 재무제표 작성자가 경제적 실질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모든 재무활동을 일일이 규정한 규칙중심보다 기업의 자율을 존중한 시장주의 회계기준이다. 다만 판단에 따라 두 가지 이상의 해석이 나올 수 있고 이것이 논쟁의 소지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계기준의 해석을 두고 의견이 대립된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처음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건설과 조선 등 수주산업의 손실 인식에 대한 논쟁이다. 금융당국은 2015년 대우건설(047040)에 대해 공사손실금을 과소 계상했다며 대표이사 해임권고 등 징계를 의결했지만 이듬해 회사측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2013년에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입은 GS건설(006360)이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한 투자자들과 아직까지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양사 모두 당시 회계기준이 건설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펼쳤다.

올해는 이 같은 회계기준의 모호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다. 제약·바이오업체들의 개발비 자산화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테마감리가 포문을 열었다. 경제적 효익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IFRS 원칙과 관련해 신약 개발에 들어간 자금을 어느 선까지 자산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의견이 분분해졌다. 결국 금융당국은 일정 단계에서 개발비를 자산화하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삼성바이오는 지배력에 대한 해석에 대해 이견이 발생한 경우다. 경제적 실질을 감안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판단하라는 원칙이 제시됐는데 회사는 2015년부터 이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본 것이고, 금융당국은 2012년부터 지배력을 잃었음에도 공시하지 않다가 2015년 의도적으로 회계처리를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 내렸지만 회사가 반발하면서 소송전에 돌입한 상태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막대한 분량…기업 담당자 사실상 손 놔


회계기준의 모호성은 비단 삼성바이오에만 해당된 사항이 아니다. 감사대상인 기업 입장에서는 IFRS가 너무 난해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규정중심은 회계기준이 정한 방침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끝이지만 구체적 지침이 없는 원칙중심은 혼란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원칙만 제시했다고는 하지만 이를 설명하기 위한 과정이 수록된 탓에 분량이 막대하다. 회계기준을 조문식으로 나열한 초기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은 수십페이지에 그쳤지만 현재 IFRS의 각 회계기준서를 합치면 수천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삼성바이오의 지배력을 판단하는 ‘기업회계기준서 제1110호(연결재무제표)’만 해도 200페이지가 넘는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자율적으로 판단해 회계처리를 했다면 향후 감리가 벌어질 경우 온전하게 자신의 논리를 입증해야 하는데 회계 전문가도 아닌 기업 재무담당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회계법인들도 IFRS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점은 매한가지다. ‘빅4’로 분류되는 대형 회계법인의 경우 자체적으로 IFRS를 분석하는 전담팀이 꾸려졌다. 실제 기업 감사를 맡고 있는 몇 명의 회계사들로는 날로 방대해지는 회계기준의 해석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인력 인프라 투자가 녹록치 않은 중소회계법인·중소기업보다 대형 회계법인이나 이들을 감사인으로 둔 대기업들은 여건이 나은 편이다. 최근 한국회계학회 세미나에 참석한 이태홍 두산 관리부장은 “대형 회계법인 사이에서도 의견이 불일치할 때가 많다”며 “거래형태는 계속 진화하는데 사례를 참고할 만한 질의회신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담당자들은 불확실성에 살고 있다”고 일침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감리대상·지적 증가…기업 부담으로 돌아와


당분간 원칙중심 회계기준의 불확실성에 대한 지적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IFRS를 도입한 2011년 이후 감사대상은 꾸준히 늘어나고 그에 따른 감리 역시 증가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은 2011년 1만9600여개에서 지난해 약 2만9300개로 50%나 늘었다. 기업 감리는 IFRS 도입 초기인 2011년 137건에서 2014년 89건까지 낮아졌지만 지난해 140건으로 다시 크게 증가했다. 감리 지적 사항도 2014년 57건에서 지난해에는 35% 늘어난 77건으로 집계됐다.

신 외감법 도입으로 기업과 감사인에 대한 책임이 크게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회계 리스크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위반에 따른 과징금 부과액은 지난해 203억원으로 1년새 3배 가량 늘었는데 금감원은 앞으로 외감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향후 72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 사태를 계기로 이에 비례해 기업의 반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안영균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연구부회장은 “새로운 회계기준들이 꾸준히 도입되고 있고 신 외감법 도입으로 감사 대상도 크게 확대될 예정”이라며 “지배력 뿐 아니라 수익인식 등 새로운 회계기준의 해석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은 더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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