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선임된 약 180명의 기관장들이 올해부터 떠나기 시작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기관장 교체 작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의 정책 집행 속도가 높아지고, 정책 효과도 보다 뚜렷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4월 총선과 맞물려 있어 경력·전문성과 무관한 정치권 인사의 무차별 낙하산 투하는 걱정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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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이데일리가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와 함께 공공기관 346곳의 기관장·상임감사의 임기 및 교체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2022년 5월 10일) 이전에 선임된 기관장은 총 17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기관장의 52%가 전임 정부 인사인 것이다.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학부 교수는 “정권 교체후 2년이 다 된 시점에 전체 기관장의 절반 이상이 전임 정부 인사인 건 역대 어느 정부에 견줘봐도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최근 기관장이 사의를 표명한 강원랜드와 대한석탄공사를 비롯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폴리텍, 한국고용노동교육원, 한국교육개발원, 새만금개발공사, 태권도진흥재단,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에너지재단,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등 24곳은 수장 공백 상태로 나타났다.
집권 3년차 尹 정부, 이제서야 기관장 교체 본격화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부터 2022년 퇴임 전까지 총 161명의 기관장(재임자 기준)을 신규 선임했다. 퇴임 직전인 2021년 12월에 13명, 이듬해 1월부터 대선(2022년 3월 9일) 직전까지 두 달여간 26명의 기관장을 무더기 선임해 ‘알박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선임된 기관장들이 ‘불편한 동거’에도 3년 임기를 꽉 채우고 올해부터 떠나기 시작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집권 3년차 들어서야 기관장 교체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출자해 설립하거나 상당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 공공기관의 경우 부처의 손발이 돼 국정 과제와 각종 정책을 일선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행동대장’ 격인 공공기관들이 정부정책 방향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정책 성과가 좌우된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전 정부의 ‘공공기관장 알박기’로 인해 현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크게 떨어뜨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기업, 공공기관의 수장이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놓이면 본연의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다”며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인물이 공공기관을 맡아야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정책 기조를 잘 따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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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별로는 산업과 에너지정책 등을 총괄해 거대 공기업이 다수 포진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장들이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내달 한국전기안전공사를 시작으로 한전원자력연료, 로봇산업진흥원, 전력거래소(이상 3월), 동서·남동·남부·서부·중부 등 발전 5개사, 한전KDN(이상 4월), 한국전력기술, 한국가스기술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상 5월), 한국석유공사, 한전KPS, 디자인진흥원(이상 6월) 등 상반기에만 기관장 20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하반기에도 한국세라믹기술원, 석유관리원, 에너지정보문화재단, 광해광업공단 등의 기관장 임기 종료가 예정돼 있다.
특히 총선 직후인 4월말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 자리만 무려 70개에 달해 주목된다. 평균 연봉 1억8000만원에 3년 임기가 보장되는 공공기관장 자리를 정치권에선 주로 ‘보은’ 용도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박진 교수는 “기관장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 자체를 문제삼을 수 없다”면서도 “다만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기관장 선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