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돈으로 채무 갚아…대법 “반환해야”

보이스피싱범이 가상계좌로 돈 보내
가상계좌 피해자 카드 대금으로 자동 결제
피싱 피해자, 카드 명의자에 부당이득 반환 소송
1·2심 원고 패소했으나 대법 “재판 다시”
  • 등록 2024-04-22 오전 6:49:26

    수정 2024-04-22 오전 6:49:26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가상계좌 피해자가 이체된 돈으로 카드 값을 변제했다면 이를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송금된 돈이 카드 대금으로 자동 결제됐다면 사실상 이득을 얻었으므로 반환 의무가 있다는 판단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가 가상계좌 피해자 피고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2일 밝혔다.

원고 A씨는 2021년 10월 A씨의 자녀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자신의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후 보이스피싱범은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해 A씨의 계좌에서 피고 B씨의 은행 가상계좌로 100만원을 이체했다.

카드대금 납부 목적의 가상계좌인 B씨의 계좌에 입금된 돈은 B씨의 카드결제 대금으로 정산됐다. B씨 가상계좌를 거쳐 돈을 가져가려던 보이스피싱범은 아무 금전적 이득을 얻지 못한 셈이다.

A씨는 B씨의 카드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100만원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기각됐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이득자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귀속된 바 없다면 반환 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거나 실질적인 이득자가 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기록에 의하면 피고 B씨에게 부여된 카드결제대금 가상계좌로 원고 A씨의 100만원이 이체됐고, 그 돈으로 B씨 명의로 결제된 물품대금 정산이 완료돼 피고의 신용카드대금 채무가 소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는 자신의 신용카드대금 채무 이행과 관련해 가상계좌로 송금된 A씨의 돈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채무를 면하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A씨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B씨가 얻은 이익은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이 가상계좌로 송금돼 자신의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피고가 위 돈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지 못해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피고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를 부정한 원심판결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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