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나는 신이다’는 왜 지상파에서 못 나올까 [스타in 포커스]

지상파 PD “심의 신경 쓰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심의서 자유로운 OTT→자극적인 소재로 화제성 우위 점해
“OTT 콘텐츠, 심의 차원 접근보다 시대적 흐름에 맞는 접근 필요”
  • 등록 2023-03-21 오전 10:00:26

    수정 2023-03-21 오전 10:06:46

‘더 글로리’ 포스터(왼쪽)와 ‘나는 신이다’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유준하 기자] “실제로 심의를 신경 쓰다 보면 콘텐츠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에요. 심의에 걸릴 것 같은 소재나 내용을 편집에서 다 들어내야만 할 뿐만 아니라 방송 소재를 고를 때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극명하죠.”

OTT와 지상파·종편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심의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OTT는 심의에서 자유로운 만큼 콘텐츠 화제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제작 현장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처럼 국내 지상파 방송사 PD와 넷플릭스의 협업이 활발해진 지금, OTT 콘텐츠 역시 과거 심의 개념의 접근보다는 시대적 흐름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심의서 자유로운 OTT→자극적인 소재로 화제성 우위 점해

최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더 글로리’는 고데기 학교 폭력 소재는 물론 극 중 악역들의 마약과 불륜, 노출, 살인 등이 적나라하게 다뤄졌다. 다큐멘터리인 ‘나는 신이다’ 역시 재연 장면 묘사 등에 있어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화제성은 높았다. ‘더 글로리’ 파트2의 경우 공개 이후 사흘 만에 글로벌 1위를 달성하는가 하면 ‘나는 신이다’는 국내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자극적인 만큼 화제가 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지상파라면 분명 담을 수 없던 장면들이다.

이는 해당 콘텐츠에 대해 방심위가 별도 심의를 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20일 이데일리에 “현행 법상 넷플릭스 등 OTT 관련 콘텐츠들을 심의할 만한 것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행 방송법제32조에 따르면 방심위는 방송·중계유선방송 및 전광판방송의 내용과 그 밖에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 중 방송과 유사한 것에 대해 공정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는지의 여부, 공적 책임을 준수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나아가 제재조치를 직접 명시한 100조에 따르면 방송사업자ㆍ중계유선방송사업자ㆍ전광판방송사업자 또는 외주제작사에 한해서 제재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제재 조항은 지난 2016년에 개정됐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신생 OTT 업체가 국내 시장에 발을 들이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현행 법상 OTT 콘텐츠는 방심위가 심의할 수 없는 근거가 없다. 만일 ‘더 글로리’가 판권을 취득한 지상파나 종편에서 방영될 경우에는 방심위서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차이에 대해 심의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된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형평성 없는 심의로 인해 자칫 지상파와 종편 콘텐츠에 대한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OTT 콘텐츠도 시대적 흐름에 맞는 접근 필요”

지상파·종편 제작자들은 방심위 심의를 신경쓰다보면 상대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위축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익명을 요청한 현직 지상파 채널 PD는 “최근에는 인터넷 등이 발전되면서 방심위 심의가 좀 더 엄격해지고 있다”면서 “지상파나 종편에서는 프로그램을 순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화제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OTT 콘텐츠를 심의의 대상으로 끌어들이기 보다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콘텐츠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심의라는 개념 자체가 송출이 되면 누구나 다 볼 수 있다는, 보편적인 시청자라는 개념 하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OTT는 개인이 구독료를 내고 선택해서 보는 것이기에, 심의를 적용하긴 어렵다”며 “시대적 흐름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급한 제도 마련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각계각층이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조언도 있다. 주철환 전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시대의 흐름에서 많은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될 사항”이라면서 “충분한 시간과 여론, 해외 동향 등을 감안해서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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