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돋보기]ESG투자 살아나려면

  • 등록 2023-05-22 오전 6:15:00

    수정 2023-05-22 오전 6:15:00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작년부터 ESG 투자가 주춤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ESG 열풍 단계를 지나 건전화를 위한 되돌림으로 판단된다. 팬데믹이 ESG 확산의 촉매제가 된 건 분명한 것 같다. 팬데믹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두려움이 투자 심리로 연결되면서 글로벌 ESG펀드는 모닝스타 기준 1조달러에서 3조달러로 급증했고, 다른 투자전략이나 테마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자본시장 속성상 실질이 아닌 심리가 ESG의 촉매가 됐기 때문에 열풍이 지속되기는 힘들었다. 투자시장의 주류가 되기 위한 아무런 준비과정이 없이 팬데믹이란 우연적 요소에 의해 열풍을 맞은 것이다. 이윤이 곧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며 주가는 기업 실적의 함수라는 전통 투자론의 단순 명쾌함을 감안하면 ESG와 기업가치의 연결고리는 모호하고 복잡하다. 블랙박스 같은 모호성과 복잡성을 투명성과 명확성으로 바꾸는 제도 정비의 과정이 필요하다. ESG를 잘하면 왜 기업이 성장하고 이익이 늘며 주가가 오르는지, 그리고 어떤 G와 어떤 E와 어떤 S가 중대성 관점에서 의미가 있는지 입증되고 이해돼야 한다.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모호성으로 인해 ESG는 두 가지 역풍을 맞고 있다. 하나는 그린와싱(green washing)에 따른 신뢰의 하락이고 다른 하나는 안티 ESG의 확산이다. 그린와싱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정보와 연결고리가 부족할 때 ESG의 편익을 취하려는 기회주의 행동이다. 그런데 실제 ESG 등급이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 수익률이 저조한 상황을 투자자들이 실제 경험하면서 등급 불신과 그린와싱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안티 ESG는 ESG투자의 본질을 금융의 정치화로 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 창출이라는 밀턴 프리드만식 원칙으로 돌아가려는 흐름이다. 이런 흐름은 미국 공적연금의 ESG 투자 금지 법안과 금융기관 거래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고, 깨어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논쟁을 촉발하며 내년 미국 대선에서 주요 의제로 확산할 조짐이다. 안티 ESG나 그린와싱은 모두 ESG의 모호성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행히 이런 역풍들은 ESG가 투자의 주류로 거듭 발전하는데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하는 것같다. 무엇보다, ESG 평가의 기초가 되는 ESG 정보의 양과 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유럽은 산업계 반발에도 지속가능성공시제도(SFDR)를 시행하고 있고 안티 ESG 논란에도 SEC는 기후위험공시 의무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ESG 공시 의무화 일정만 제시하고 있는데, ISSB, SEC, EU 가 모두 동의하는 Scope3 공시 등 공시항목 범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

ESG 투자목표가 명확한 펀드와 그렇지 않은 펀드를 구분하는 라벨링 제도를 도입하면서 유럽 ESG 펀드시장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419개 ESG 펀드 중에서 투자목표가 불분명한 307개 펀드(1750억 유로)에 대해 라벨 등급을 조정했는데 라벨링 도입으로 시장은 혼란스럽지만 ESG 목표가 명확한 펀드 숫자가 줄어듦에 따라 해당 펀드의 수익률에는 긍정적일 것이다.

ESG 등급은 투자자의 투자 성과와 기업 조달비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자본시장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다. 평가방법론에는 자율성을 부여하되, 방법과 절차, 평가기관의 이해상충 등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며, 해당 평가기관은 금융감독의 대상이 돼야 한다. 시장점유율 1위의 MSCI는 ESG 평가 자회사를 미국 투자자문업자로 등록하고 있다. 모닝스타 역시 ESG 평가 자회사를 영국에서 의결권자문업자로 등록, 관련 규제를 받고 있다. 이들 해외 평가기관과 경쟁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 ESG 평가기관도 최소한의 투명성 요건은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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