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th SRE][워스트]대한항공·한진해운 동반 ‘첩첩산중’

5조원 자구계획, 진행은 5%대
  • 등록 2014-05-13 오전 7:00:00

    수정 2014-05-21 오전 10:32:22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육(陸)-해(海)-공(空)’,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117930)에 손을 내밀며 운송업체로서 남은 퍼즐 한 조각을 끼워 맞췄다. 품에 안은 한진해운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항공(003490)의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우려가 더욱 커지자 한진그룹은 지난해 말 5조원에 달하는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자구계획만으로 안도하지 않았다. STX, 동양 등 자구계획을 내놓은 기업도 수차례 쓰러졌던 기억이 남아있는 탓이다. 19회 SRE에서 대한항공(A 부정적, A- 안정적)과 한진해운(BBB·BBB- 부정적)은 워스트 레이팅 1위에 올랐다. 따로 나눠 설문을 진행했던 18회 SRE에서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각각 36표, 37표를 받았지만 이번에 합쳐지자 109명 가운데 40명(36.7%)에게 표를 받았다. 등급 적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는 의미다.

실제 자구안을 내놓은 지 4개월이 넘었지만 진행상황은 더디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담보대출로 2500억원을 제공한 것을 제외하면 KT서브마린 등 보유지분, 오래된 선박 매각 등으로 5월 초 기준 1900억원 정도 마련됐다.

한 SRE 자문위원은 “말보다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자금 사정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6월과 9월에 각각 600억원, 15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해외 자산유동화대출(ABL) 등 단기차입금은 3687억원에 이른다. 내년에도 회사채 7000억원 만기가 돌아오는 데다 1조8000억원 규모의 선박금융도 부담이다.

대한항공 또한 만기 부담이 적지 않다. 5월 3000억원을 시작으로 8월 3700억원, 10월 1000억원을 갚아야 한다. 미국 달러화로 발행한 변동금리부채권(FRN) 3억달러(3165억원)도 만기가 돌아온다.

대한항공 신용도 ‘흔들’

그러나 대한항공은 회사채 차환 발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종전까지 회사채 시장의 ‘큰 손’이었던 대한항공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있다. 매출채권, 항공기 등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만 발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ABS 잔액은 1조4825억원으로 2012년 말 1조1856억원 대비 3000억원 가량 늘었다. 크레디트 업계는 이 자체가 신용위험을 말해준다고 봤다. 매출채권 등으로 신용을 보강하는 것이 정상적 자금 조달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대한항공이 차입금을 상환하기도 쉽지 않다.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든 탓이다.

2010년 1조235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대한항공의 연결기준 조정영업이익(EBIT)은 2012년 3186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지난해 37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비행기 도입 등으로 다른 업종 대비 높은 감가상각비를 고려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봐도 2010년 2조3606억원에서 지난해 1조2102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항공업황 회복도 만만치 않다. 3년 만에 1분기 국제화물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국제여객 부문은 여전히 부진에 빠져있다. 증권가는 대한항공이 국제선 운임을 인상하는 안을 추진했지만 1분기 여객수송량(RPK)과 여객탑승률(L/F) 증가세가 전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요원한 한진해운 정상화

‘짚을 지고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모양새’

대한항공은 자체 사업만으로도 힘든 가운데 한진해운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두고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가 내린 평가다. 앞서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두 차례에 걸쳐 대여금 2500억원을 지원했고 2분기 실시되는 유상증자에 4000억원 참여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의 긴급지원에도 한진해운은 해운 시황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영업손실은 2011년 5145억원, 2012년 1435억원, 지난해 2424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지난해 말 자기자본은 6533억원으로, 2011년 2조7000억원에서 3년 새 4분의1 수준으로 축소됐다. 여기에 선박 도입에 따른 차입금 증가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이 1444.7%까지 치솟았다.

해운업계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2012년 6월 1316포인트까지 올랐던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CCFI는 지난 2월 말 1146포인트까지 하락했다.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지난 2월 말 1140포인트로 2012년 2월 찍었던 최저치 647포인트에서 반등했지만 여전히 2000년대 평균인 2852포인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선박의 주요 연료로 쓰이는 벙커C유 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다. 벙커C유 가격은 2008년 톤당 200달러 초반대까지 하락했지만 지난해 말 615달러까지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수익구조 악화는 곧 재무지표 약화로 이어졌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그동안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던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폭발적 성장을 보이던 중국 덕분에 해운 시황이 호황을 보일 수 있었지만 중국을 이을 다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종전의 ‘중국 효과’를 더욱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해운업, 답이 없다

게다가 머스크(Maersk), MSC, CMA-CGM 등 세계 1~3위 선사가 합친 동맹체 ‘P3 네트워크’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는 지난 3월 P3 네트워크 출범을 승인했다. 유럽연합(EU)은 P3에 포함되지 않은 독일을 제외하고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중국 또한 중국 항만 기항서비스 확대를 조건으로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P3는 선복량만을 공유하던 기존 얼라이언스(Alliance)와 달리 조인트벤처(JV) 형태로 다양한 노선을 제공하는 등 지배력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P3는 보유한 선박 규모 면에서도 평균 1만3000만TEU(한번에 6m 컨테이너 박스 1개를 나타내는 단위)급으로 국내 7000만TEU규모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번에 짐 10개를 싣는 선박과 짐 5개를 싣는 선박은 가격 경쟁력부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월 초 정부가 원유, 철광석, 석탄 등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까닭이다. 정부는 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국내 선사가 해외 자본에 넘어가지 않도록 방지하자는 취지였지만 대량화물 물동량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데다 장기계약으로 선사의 안정적 수입원이 됐던 만큼 선사 실적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진해운 떠안은 대한항공

한진해운홀딩스는 4월 말 열린 임시주총과 이사회에서 분할·합병안을 승인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상표권·한진해운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싸이벌로지텍, HJLK 등을 보유한 기존법인과 한진해운을 합병한 법인을 맡는다.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떠안기가 본격화한 셈이다.

대한항공은 해운업체인 한진해운을 편입하면서 운송 전문 그룹으로 구색은 맞췄지만 변동성은 더욱 커졌다. 운송업의 특성상 경기에 민감한 만큼 세계 경기 호황과 불황에 따라 실적이 널뛰기할 가능성이 크다. 업황이 지금 정도로만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자금 조달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그룹 차원에서 자구계획안으로 5조원 확보안을 내놨지만 에쓰오일(S-OIL) 지분 3000만주 매각이 2조2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마저도 담보차입금을 상환해야 해 실제 확보할 수 있는 유동성은 1조1000억원 정도다. 대한항공이 내놓은 율도 비축유 기지, 오래된 항공기 13대는 자산 가치가 1조2900억원에 이르지만 아직 매각 작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높다.

이에 비해 한진해운이 내놓은 유동성 확보 계획은 대한항공의 지원 6500억원을 제외하면 8805억원에 그친다. 가장 큰 규모인 전용선사업 유동화는 회계·법률 실사는 마무리됐지만 화주인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등과 채권단과의 협의가 남아있다. 이에 양도기준일도 4월1일에서 5월1일로 미뤄졌다. 국내외 터미널 지분 유동화,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선박 매각안 등도 있지만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국내외 터미널의 경우 사업안정성이 높지만 항만청과 기존 대주단 승인이 필요하고 최근 경쟁매물이 나와 매각 금액이 축소될 수 있다”며 “KAMCO선박 역시 중고선가가 하락하면서 장부가액과 매각가액 차이로 거액의 처분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지부진한 자구계획 진행

자구계획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 그랜드 호텔(Wilshire Grand Hotel) 재개발에 10억달러(1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항공 종속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이 1075억원 증자하고 국내은행에서 5억달러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하는 등 대규모 투자 부담이 남아있다. 2900억여원을 들여 산 서울 인사동 부지도 2009년 이후 5년째 방치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호텔을 지을 여유가 있는건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은 지난해 말 발표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에 따라 부채비율을 내년까지 400%대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적이 개선되는 점 또한 재무구조에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1분기 한국발 화물수송이 전년동기 대비 14% 증가했다는 것이 이유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하면 손익 3200만달러가, 달러-원 환율 10원 변동하면 외화평가손익 840억원이 발생한다”며 “최근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유가 또한 하향 안정화되면서 재무구조가 공고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9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9th SRE는 2014년 5월9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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