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해명 아닌 하고 싶은 말 하러 나왔다"(기자회견 전문)

  • 등록 2008-01-25 오후 12:30:40

    수정 2008-01-27 오전 11:46:09

▲ 가수 나훈아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가수 나훈아가 1년여 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나 자신을 둘러싼 악성루머들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나훈아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항간의 루머들과 지난 1년간의 근황 등에 대한 사실을 밝혔다.

지난해 2월, 다음달로 예정된 콘서트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때마침 운영하던 아라기획 사무실도 폐쇄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각종 루머에 시달렸던 나훈아는 이 루머로 인해 김혜수, 김선아 등 피해자들이 생기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해명을 위해 직접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나훈아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06년 말 데뷔 40주년 기념공연 이후 1년여 만이다.

다음은 나훈아 기자회견 전문이다.   

오늘 아침 날씨가 내 속마음만큼 시리고 차가웠다. 오늘 시간 내주신 여러분 고맙다. 오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해명을 한다고 얘기하는데 해명이란 뜻은 어떤 사건이 문제가 됐을 때 그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밝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한게 없기 때문에 해명을 할게 없다는 뜻이다. 이 해명은 확실치 않은 얘기를 제대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오도를 한 기자나 언론에서 해명을 해야 된다.
 
나는 절대 이런 자리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절대 나와서 이런 얘기를 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40년을 노래했다. 40년이 됐기 때문에 대우를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언론에서 대우를 하는 정서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우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기사를 다루려면 적어도 신중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더 알아보고, 더 챙겨보고 진실을 바탕으로 해서 사람들에게, 대중들에게 알려야함에도 진실은 어디로 가있고 엉뚱한 얘기들만 하나부터 열까지 난무했다. 만약에 이런 식이라면 뭐하러 목숨을 담보로 전쟁에 가서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죽기까지 하는 기자들이 있겠나.
 
나는 오늘 아무것도 준비를 하지 않았다. 뭘 써서 나온 것도 없다. 하고 싶은 얘기를 있는 그대로 하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때니까 질문하지 마시고 끝까지 들어주기 바란다.
 
 ‘나는 소문난 것을 적기만 했어’ 말이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썼기 때문에 썼다’ 방조자이다. ‘나는 한 줄도 안 썼다’ 방관자이다. 대한민국 언론 중 한 곳이라도 ‘우리 신중해야 한다’는 말 한마디라도 나왔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안 나오려고 했다. 유독 이 연예계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처음부터 하고 싶은 말 조목조목 얘기하겠다. 미리 말을 해야 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공연을 할 때는 길게는 1년, 짧게는 4~5개월의 준비를 마쳐야만 공연이 가능하다. 공연 장소를 계약을 하는데 1~2달 전에는 계약이 안 된다. 그래서 모든 것이 1년 전, 5~6개월 전에는 준비를 해야 계약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나는 40년을 노래했다. 내가 공연을 할 때 표가 없다. 표를 구하려 해도 구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공연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제 공연을 구경 왔을 때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무언의 약속이다. 절대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게 공연하는 것이 약속이다. 공연을 펑크 낸다거나 멋대로 스케줄을 바꾸는 것은 안 된다.
 
 두 번째, 진실해야 한다. 우리처럼 긴 세월 노래를 하면 노래를 쉽게 하는 법을 알 수 있다. 세월이 가면 박자를 땡겼다 늦췄다 하게 된다. 하지만 이걸 오는 분들이 다 안다. 무대에서 거짓말 하지 않고 노래해야 하고 무대 전체를 거짓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대에서 땀을 몇 바가지 흘려도 진실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하다. 처음 두 가지는 하자고 마음먹으면 할 수 있지만 세 번째는 아니다. 세 번째는 바로 꿈이다. 막이 오르는 순간부터는 그 무대는 꿈이어야 한다. 이 꿈이 없으면 두 시간 이상 혼자서 끌고 나가기 힘들다. 나는 연출, 무대감독, 출연 세 가지 다 한다. 그래서 꿈이 더 필요하다. 꿈을 팔려면 내가 꿈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는 매년 공연을 똑같이 한 적이 없다. 그렇게 바꾸려면 정말 기막힌 아이디어도 나와야 하고 사람들이 보고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할 정도의 무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꿈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까지 노래를 해오면서 5~6년 전부터 꿈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꿈이 조금씩 고갈돼 간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4년 전 12월 31일 공연을 끝내고 내려오는 계단에서 ‘내년에는 어떻게 하지’하고 겁이 덜컥 났다. 공연 끝나고 스태프들과 파티를 하면서 얘기를 했다. ‘오늘 계단을 내려가면서 내가 겁이 났다. 우리 겸손하자’. 우리 스태프들도 경거망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겸손하자는 얘기를 수십, 수백번 했다.
 
 그래서 세종문화회관을 별안간 취소하고, 펑크내고, 돈 물어줘가면서 공연을 취소했다는 얘기부터가 웃기는 얘기다. 돌연 취소시켰으면 세종문화회관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문제가 생겨야 했다. 재작년에 다음해 공연을 잡지 말라고 미리 얘기를 했기 때문에 작년에 공연이 잡혀 있으면 안됐다.
 
 그런데 공연기획사 측에서 (세종문화회관은 스케줄 잡기 어렵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을 미리 잡아놓고 있었다. 혹시 마음이 변해서 공연하지 않을까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 상황을 몰랐다. 그대로 있었던 얘기를 하는 것이다. 기자가 한발짝만 움직이면 이 사실을 아는 것이다. 기획사만 만났으면 이 문제는 제대로 밝혀졌을 것이다.
 
 그리고 회사(아라기획) 문을 닫았다는 것은, 내가 쉴 때는 같이 쉬어야 하는 회사다. 그러더니 잠적했다, 잠행했다, 행방이 묘연하다는 식의 단어를 써가면서 여기저기서 잠적했다고 했다. 잠적했다는 말이 나온 그날 나는 우리 스태프들과 휴가를 가고 있었다. 거기서 텔레비전을 켰더니 나훈아 잠적했다고 나오더라. 스태프들이 ‘도대체 왜 저러는건가’라고 했다. 딱 한 마디 했다. 놔두라고. 이 연예계 바닥에 병폐처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긁어놓고 네티즌을 들끓게 만드는 것, 쓸데없이 인신공격하는 네티즌을 부추긴 사람이 누구인가.

늘 해마다 공연 끝나고 1, 2월에는 꿈을 가슴에 채우러 외국에 가서 공연도 보고, 좋은 풍경을 보면서 꿈을 담아왔다. 꿈이 가득할 때 좋은 가사와 곡을 만들게 된다.
 
그렇게 해왔는데 작년에 왜 쉬게 됐느냐. 과연 다시 획기적으로 뭔가를 바꿔서 공연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 한국 깊은 산골짜기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전라도 남원 뱀사골에서 경상도까지 산 속으로 걸어갔다. 사람이 오면 없는 쪽으로.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렸다. 제일 힘든 것이 식사 해결이었다. 강원도 삼척, 춘천, 강릉을 거쳐 서울 근처까지 걸어왔다. 죽는 줄 알았다.
 
그러는 동안 신문에 남의 마누라 뺏어가고 가정파괴범이고, 실제는 물론이고 꿈에라도 남의 마누라를 탐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나는 개xx와 같다. 대한민국은 엄연히 간통죄가 있는 법치 국가이다. 만약 그렇다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일어나야 했다. 왜 말을 안했냐고 하면 상대하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 특히 연예계 매스컴의 속성을 잘 안다. ‘코는 코대로 간다’는 경상도 말이 있다. 진실은 시간이 걸릴 뿐 꼭 발견된다는 뜻의 말을 나는 믿는다.

여기저기서 수군대고 친인척도 무슨 일이냐고 물어왔다. 그 사람들은 한 사람이지만 나는 여러 사람을 상대해야 했다. 할 수 없이 전국을 샅샅이 돌아다니고 싶었던 생각을 포기하고 외국을 나가 학교에 들어갔다. 학교의 특별 프로그램 강의를 들었다. 숙제하면서 밤새면서 꿈을 담았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하고 싶었던 일들이었다. 프레젠테이션이 있을 때는 3일간 거의 잠을 못 잤다. 나보다 한참 어린 교수였지만 내게 ‘일찍 일어나는 새(early bird)’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결국 그 학교에 한국 학생들이 하나 둘 알아보기 시작해서 행동반경이 또 어려워졌다. 한 1년 다니고 싶었는데 못 다니고 들어왔다.
 
 그러더니 이제는 나를 죽이더라. 멀쩡한 사람을 죽이더라. 부산 모 병원에 입원했는데 후두암이 걸려서, 아니면 몹쓸병에 걸려서, 죽을병에 걸렸다고 했다. 작년에 부산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부산 모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내가 만약 병원에 입원했었다면 나를 본 사람이 잇을 것이다. ‘아니다’, ‘못봤다’고 하는데도 여기저기서 계속 (기사가) 나왔다.
 
 여러분이 펜으로 나를 죽인 것이다. 말할 가치도 없고 대꾸할 이유도 못 느꼈다. 죽은 사람이 눈뜨고 다니는게 거꾸로 내가 이상해졌다. 다 읽고 나서 보면 별것 아닌데 성질 급한 사람은 위에 제목만 읽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 말이 퍼지는 것이다. 그래서 또 나갔다. 사람들이 자꾸 찾아오고 귀찮게 해서다. 나를 탁구대에 올려놓고 핑퐁을 치고 북을 치고 장구를 치고 다 한 것이다. 그래서 떠났다.
 
 어디 갔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잠행했다, 잠적했다고 하기 때문에 한 것이다. 카이로에서 카사블랑카를 가는데 몇 시간이 걸린다. 밤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마침 이슬람의 추석 같은 큰 명절을 앞둬서 비행기에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귀와 코에서 피가 나고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비행기에서 아팠다. 감기와 스트레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약도 없이 나았다. 그렇게 20여 곳을 다니다 돌아오니 삼류소설로도 볼 수 없는 기가 막힌 얘기가 있었다. 야쿠자라든가. 공부하는 중간에 ‘보는 것이 믿는 것(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말이 있었다. (단상 위에 올라가 바지를 벗으려 하며) 여러분 중 대표가 나오면 5분간 보여주겠다. 보고 믿겠나 안 보고도 믿겠나. (다시 내려와서) 밑에가 잘렸다는 거다.

내가 오늘 나온 이유를 이제 얘기하겠다. 내 주위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절대 안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후배 배우들이 황당무계하고 기가 막히고. 견디기 어려운 성격을 갖고 있었다면 이 두 여인은 자살까지 갔을 것이다. 펜대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말해야겠다’ 결심하고 한국에 전화한 것이 일요일이었다.
 
그때 나를 힘들게 한 것이 이 두 여인이다. 그 처자들이 아직 결혼 전이다. 사람들이 모르는 남자친구가 있고 가족까지 만난 사이라면 황당할 것이다,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그 집에서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냐’ 하면 뭐라고 얘기하겠나. 한국은 굴뚝도 없는데 연기를 피운다. 하나도 아니고 왜 둘인가. 애매모호하게 ‘글래머 배우, K모 배우’. 그게 사람 죽이는거 알지 않나. 아니면 그만이고 맞으면 한탕하는 것 아닌가.
 
 연예인들은 사람들의 호기심이 많은 직업이다. 차라리 이름을 댔으면 한 사람만 힘들고 한 사람이라도 산다. 그런데 글래머 K라고 하니 김선아다, 김혜수다라고 나오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거는 놔두라고 하기에는 이 처자들은 아직 젊고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내가 나설 수밖에 없어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나서게 된 것이다.
 
 오늘 내가 말한 것을 토대로 마음대로 써도 된다. 그런데 김혜수, 김선아는 꼭 바로 잡아달라. 그래야 대한민국 언론이 하나 더 발전된다. 진솔하게 김혜수, 김선아 바로 잡아달라. 그것 때문에 오늘 나온 것이다. 나는 괜찮다. 이 후유증은 길다. 맞든 아니든 길다. 한국에 나를 응원해주는 팬 모임들이 있다. 그분들 때문에 아픈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감사하다.
(사진=김정욱 기자)
▲ 가수 나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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