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다우 지수 살생부(殺生簿)

  • 등록 2009-01-17 오후 3:57:40

    수정 2009-01-19 오전 9:28:59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제너럴일렉트릭(GE)은 1896년 12개 종목으로 출발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기업체이다.

다우 지수는 1928년 이후 지금처럼 30개로 확대됐고, 그동안 지수에 편입됐다 사라진 기업들은 부지기수다. 이런 와중에 GE는 구성종목에서 한번도 쫓겨나지 않았다. 오랜 세월동안 미국의 대표기업으로 살아남았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상황이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GE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기야 금융 사업부문인 GE캐피탈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최소 7000명에서 최대 1만1000명의 감원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면 GE의 사정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다우 구성 종목들이 업종대표 우량주라는 소위 `블루칩`으로 채워졌다지만, 이같은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구제금융을 받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대 자동차인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134억달러에 달하는 구제자금 지원을 약속받고 간신히 파산을 모면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GM을 다우 구성 종목에서 축출하고, 미국내 공장이 많은 일본 도요타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에다 월가를 덥친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되면서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금융주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작년엔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가 다우 구성 종목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1525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구제자금을 받고 사실상 국유화되면서 업종 대표주의 지위를 상실한 까닭이다.

씨티그룹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씨티가 이날 발표한 작년 4분기 손실은 82억9000만달러(주당 1.72달러)에 달했다. 5분기 연속 손실이었고, 손실 규모는 월가의 전망치인 44억9000만달러(주장 1.31달러)보다 2배나 많은 수치였다.

씨티그룹은 아예 `금융 슈퍼마켓` 모델을 포기하고 `유니버셜 뱅킹업무(universal banking)`에 집중하기로 했다. 예컨대 회사를 은행업무를 담당할 씨티그룹과 나머지 비주력 사업을 맡을 씨티그룹 홀딩스로 쪼개기로 했다. 이는 얼마나 어렵길래 저럴까 하는 의구심만 불러오고 있다. 추가 구제금융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만신창이가 됐다. 작년 4분기에 18년만에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인수하기로 한 메릴린치의 손실이 예상보다 많자 정부에 추가 구제금융을 요청해 하루전 200억달러 지원을 약속받았다. 115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도 보증을 얻어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월가에선 씨티그룹과 BoA가 과연 미국의 금융업종 대표주인지를 둘러싼 시비가 일고 있다. 경쟁사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구제자금과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보증을 받은 자체가 경쟁사들이 봤을 땐 불공정 게임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업종 대표주로서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씨티그룹의 경우엔 회사를 쪼개기로 결정한 만큼 더 이상 업종 대표주로서 위상을 갖기도 힘들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이에 따라 월가에선 벌써부터 씨티그룹과 BoA 축출 이후 새로 영업될 후보 `선수`들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NN머니의 편집위원인 폴 라모니카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웰스 파고(Wells Fargo )를 꼽고 있다. 올들어 주가가 37%나 급락했고, 재무부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서 250억달러를 지원받았고, 와코비아은행 인수 리스크도 있지만 그래도 웰스 파고만한 후임자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외에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씨스코시스템즈나 석유탐사업체인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 오일서비스업체인 슈룸베르거(Schlumberger), 바이오테크株인 암젠(Amgen),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메드트로닉(Medtronic) 등 비금융주 등도 씨티그룹이나 BoA 축출시 언제든 다우 종목에 편입될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들은 생명체와 비슷하다. 환경에 잘 적응해 쑥쑥 커가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경쟁에서 밀리거나 환경변화에 제 때 대응을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를 당하기 일쑤다. 어쩌면 지난 100여년간 다우 구성 종목 교체작업은 기업들의 성쇠(盛衰)를 잘 대변하고 있는지 모른다. 살생부가 나도는 가운데 다우 종목 새판짜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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