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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미투’(MeToo) 운동으로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오른 지 4개월이 지난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됐던 이들이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당시 밝히지 못한 진실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문화예술계의 시선을 여전히 싸늘하다.
◇명예훼손 등 강경 대응 나서는 가해자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27일 오전 “현재 김태훈 교수의 의혹은 세종대 성폭력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조사가 이뤄졌고 ‘미투’ 고발자는 학교 측의 안내에 따라 조사에 응하며 자료를 제출했다”며 “학교 측으로부터 진상조사결과 징계사유로 판단돼 인사위원회에 안건을 회부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우리는 지금까지 학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교수의 일방적인 주장을 공론화한 점에 대해서도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 이들 언론의 정정보도는 김태훈 교수의 법률대리인 측 요청에 따라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김태훈 교수의 법률대리인은 정정보도문 게재가 이뤄지지 않을시 “민, 형사 소송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김태훈 교수 측의 주장을 기사화했다.
김태훈 교수 대리인은 이에 대해 “세종대에서 징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대응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잘못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으로 법률대리인을 통해 정정보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태훈 교수도 보도자료를 통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다시피 살고 있다”며 “하나뿐인 딸아이를 생각해 성추행범의 자녀라는 멍에를 남길 수 없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섰다”고 주장했다.
배우이자 공연기획사 수현재컴퍼니 대표였던 조재현은 지난 22일 재일교포 여배우 A씨의 추가 ‘미투’ 폭로에 사실무근을 주장하며 “재일교포 여배우 뿐 아니라 누구도 성폭행하거나 강간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직도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고 그분들에게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이런 제 처지를 이용해 거짓과 협박으로 불합리한 요구를 한다면 법적으로 강력히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추후 명예훼손 고소 등의 강경 대응 의사를 밝혔다.
김태훈 교수와 조재현 외에 성추행 논란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정직 처분을 받은 황지우 시인, 박재동 화백도 징계에 불복하고 행정소송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성폭력 문제 해결 시작도 안 했는데…피해자 위축 우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노선이 활동가는 “성폭력 가해자 입장에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피해자를 역고소하는 것은 본인의 무고를 밝히기보다 법적으로 피해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서 법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서일 수 있다”며 “가해자가 피해자를 고소했다는 보도를 통해 제3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억울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더 많은 피해자들은 정당한 피해호소를 하지 못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