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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일본취업컨설팅 회사 ‘코렉’(KOREC)의 카스가이 모에(29) 대표는 날로 악화하는 한·일 관계 여파에 대해 “동요가 없을 수 있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반일감정 못지 않게 격앙되고 있는 일본 내 혐한 감정에 대한 우려에 오랜 준비를 포기하고 일본 취업을 단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카스가이 대표는 “ 안타깝지만 이 또한 본인들의 선택이기에 말리지 못하고 알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악으로 치닫는 한·일 관계 속에 민간에서 양국 간 교류에 한몫을 했던 이들이 한국 속 일본인으로 일본 속 한국인으로, 외로운 섬이 됐다.
일본기업 배제로 코트라 해외취업박람회 취소
고용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오는 9월 열릴 예정이었던 국내 최대 규모 해외취업박람회인 ‘글로벌일자리대전’을 취소했다. 최악인 한·일간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일본기업을 참여를 제한하기로 한 탓이다. .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일본 취업 성공해법? 지피지기로 승부하라!’라는 제목의 일본의 외국인 인재 정책과 활용전략 보고서까지 내면서 일본 취업을 독려한 고용부와 코트라였다.
일본 기업들 또한 유능하고 성실한 한국 청년들 채용에 열심이었다. 지난 5월 열린 상반기 글로벌일자리대전에서는 행사에 참여한 해외기업 184개사 중 115개가 일본 회사일 정도다.
일본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들은 허탈해 하다못해 분노하고 있다. 한 일본 취업준비생은 “국내에서 채용박람회가 줄어들면 결국 일본으로 건너가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며 “자칫 여태까지 노력이 다 수포로 돌아갈 수 있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코트라는 박람회는 취소했으나 행사 참여를 원했던 기업들과 취준생들의 개별 면접을 주선할 계획이다.
유니클로 한국인 직원 “불매운동 이해해, 속상할 뿐”
일본 기업에 이미 취업해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도 요즘 마음이 편치않다. 일본 불매운동의 상징처럼 된 ‘유니클로’에서 일하고 있는 김연정(가명·30)씨는 최근 어머니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회사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최근 불매운동 소식을 접하고 괜찮은지 물으려 전화하신 것 같았다”고 A씨는 말한다. A씨 역시 회사 일에 대해서는 어머니께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잘 지내고 있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유니클로에 입사한 것은 24살. 일본에서 유학을 하다 현지채용돼 근무하다 2년 전부터는 한국 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기업에 다니고 있는 일본인 모리타(가명)씨도 요즘 벙어리 냉가슴이다. 명동에 ‘노 재팬’(NO JAPAN)이라고 쓴 깃발이 나부끼는 영상이 TV에서 보도되는 등 한국에서 고조되는 반일감정이 고스란히 일본에 전달되는 상황이 달가울 수는 없다.
모리타 씨는 “이전부터 이어진 거래관계는 유지되고 있지만, 신규로 추진되던 업무는 모두 막혔다”며 “우리는 일본기업의 한국 투자 유치업무도 많이 하는데 요즘엔 말도 못 꺼낸다”고 털어놨다.
카스가이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민간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양국을 잇는 가교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일본을 가고 일본에서 한국인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융화할 수록 교류가 생기지 않겠는가”라며 “나 역시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한국인들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정치는 정치대로, 민간교류는 민간교류대로 분리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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