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도 안 산다…우리사주 인기 '뚝'

[애물단지로 변한 우리사주①]
우리사주 배정 않고 상장하는 기업 속출
배정 비율도 하락…"사전 수요조사 저조"
임원만 스톡옵션 '대박'…직원들은 '쪽박'
  • 등록 2022-06-22 오전 6:06:00

    수정 2022-06-22 오전 6:06:00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상장에 나선 회사 직원들 사이에선 우리사주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새내기주의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하락하는 등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이 손실을 보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상장한 기업은 아예 우리사주에 주식을 배정하지 않는 곳도 늘어났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0% 내에서 우선배정 가능하지만…‘0%’ 속출

21일 이데일리가 올 상반기 코스닥 시장에 신규상장한 기업 23곳(리츠, 스팩 제외)을 전수조사한 결과 우리사주조합에 공모 주식을 배정하지 않은 기업은 10곳에 달했다. 가온칩스(399720)·대명에너지(389260)·포바이포(389140)·지투파워(388050)·모아데이타(288980)·풍원정밀(371950)·스톤브릿지벤처스(330730)·브이씨(365900)·퓨런티어(370090)·오토앤(353590) 우리사주조합에 주식을 배정하지 않았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우리사주조합 배정 한도인 20%를 꽉 채운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배정 비율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노을(376930)로 공모 주식의 11%를 우리사주로 배정했다. 공모 주식의 10% 이상을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기업은 노을(376930)케이옥션(102370) 두 곳 뿐이었다. 나머지는 범한퓨얼셀(382900)(6.50%)·바이오에프디엔씨(251120)(6.15%) 나래나노텍(137080)(3.23%) 등 10% 미만을 배정했다.

코스피 기업이 공모 주식의 20% 내에서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해야 하는 것과 달리 코스닥 기업의 우리사주 모집은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공모 기업의 경우 HK이노엔(195940)(20%) 이노뎁(303530)(20%) 맥스트(377030)(18.91%) 아이티아이즈(372800)(18.29%) 엔켐(348370)(17.84%) 아스플로(159010)(16.2%) 등 코스닥 기업도 20% 한도에 가깝게 공모 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사례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사주 투자 열기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 상장을 절차를 밟고 있는 한 기업 대표는 “최근 주가가 떨어진 곳이 많다 보니 일반 투자자는커녕 직원들의 청약도 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모 기업은 통상 사전 수요 조사를 통해 우리사주 배정 비율을 정하는데, 청약에 참여하는 직원이 저조해 따로 주식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너·임원은 스톡옵션 ‘대박’, 직원은 우리사주 ‘쪽박’

2020년과 지난해 공모주 주가가 치솟으며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의 평가 차익도 수억원에 달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올 들어 증시가 하락하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공모가 이하로 주가가 폭락한 기업이 속출하자 공모가에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의 불만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사주는 상장 후 1년 동안 보호 예수에 묶여 손실을 봐도 손절매를 할 수 없다. 대출을 받아 청약에 나선 직원들은 주가가 하락해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당할 수도 있다.

2020년 공모주 돌풍의 주역이었던 SK바이오팜(326030)은 상장 직후 ‘따상(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로 직행, 3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달리며 공모가의 5배로 치솟기도 했다. 당시 직원 1인당 평균 평가 차익이 7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퇴사를 하면 차익을 즉시 누릴 수 있어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도 속출했다. 이후 주가는 지속 하락해 최근 7만원대까지 내렸다. 우리사주를 팔지 않고 회사에 남은 직원들 입장에선 우리사주를 받은 직후 퇴사한 직원들의 선택이 결과적으론 현명한 선택이 된 셈이다.

공모 기업의 경영진이 상장 직후 막대한 차익을 실현한 반면 직원들은 우리사주로 손실을 본 사례도 곳곳에서 나온다. 윤호영 카카오뱅크(323410) 대표는 지난해 급여와 상여를 제외하고 스톡옵션 행사 이익만 90억원 이상을 챙겼다. 지난 2016년 행사가격 5000원에 스톡옵션을 받은 윤 대표는 스톡옵션 만기로 15만6000주를 행사했다. 차액보상형 스톡옵션 행사로 주가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공모가 이하로 내려앉은 카카오뱅크 주식을 가진 직원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우리사주 청약률 100%로 ‘완판’됐던 카카오페이(377300) 역시 공모가 이하로 추락해 직원들 1인당 수천만원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하지만 경영진은 회사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9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챙긴 바 있다.

보호예수가 풀린 뒤 우리사주를 매각하지 않고 보유한다고 해도 주가가 언제 상승할지는 알 수 없다. 2015년 10월 공모가 7만6000원에 상장한 LIG넥스원(079550)은 이듬해 초 주가가 13만원대까지 올랐지만 지속 하락해 지난달에야 공모가를 회복했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사주 배정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며 “소위 ‘대박’이 날 줄 알았던 대형 공모주도 공모가 이하로 주가가 내려가다 보니 대출까지 받아서 들어가지는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이 썩 좋지 않은 데다 우리사주 배정 결과를 가지고 수요예측의 지표로 삼는 기관도 있다 보니 수요가 저조할 경우 배정 자체를 하지 않는 곳도 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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