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열린 채용' 시작보다 정착이 중요하다.

  • 등록 2012-07-27 오전 7:08:57

    수정 2012-07-27 오전 7:08:57

오비맥주 장인수 신임 사장은 24일 “앞으로 영업·관리직 신입사원 공채에서 ‘4년제 대졸 이상’으로 돼 있는 응시자격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학력을 따지지 않고 열정과 실력을 보고 직원을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영어 실력이 주류 영업능력과 무슨 관계가 있으냐”며 입사원서에서 영어성적도 기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익과 성장을 칼같이 우선하는 기업에서 학력보다 열정과 실력을 먼저 고려하겠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런데도 장 사장의 발언이 ‘파격’으로 받아 들여지는 것은 그만큼 국내 기업들이 학벌이나 영어능력 등을 중시해왔다는 것을 반증한다.

오비맥주의 실험이 ‘파격’인 기업풍토

이를 상고 졸업후 주류업체에 입사해 30년 넘게 현장에서 영업활동을 하다 최고경영자 위치에 오른 장 사장의 개인적인 파격 발언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 마침 일부 대기업과 은행들이 고졸 채용에 나선데 이어 최근에는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이 저소득층 대학생 특별채용 계획을 밝히는 등 열린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와 차상위 계층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반기 공채에서 400~500명을 뽑고, 지방대 출신 채용 비율도 대폭 높이기로 했다.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 학업에 전념치 못했거나, 지방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에서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 관행을 없애겠다는 시도는 박수쳐 줄 일이다.

다만 이런 좋은 취지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기업과 최고경영자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채용에서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 못잖게 직장 문화나 승진 등에서 차별적 요소를 없애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보도를 보면 대기업에 입사한 고졸자 중에서 직장내 차별의 벽에 막히거나 스스로 한계를 느껴 퇴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회식자리에서 선배나 상사들이 ‘고졸 주제에…‘하며 무심코 뱉은 말이 사표를 내는 동기로 작용했다는 것은 기업 구성원들의 전근대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인사관리와 기업문화 바꿔 나가야

채용의 문호는 넓어졌지만 직장내에서 학벌주의와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관행이 여전히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한 ‘열린 채용’은 단지 쇼로 그칠 수도 있다. 좋은 인재들을 애써 뽑아놓고도 관리 소홀로 미래의 일꾼들을 잃는다면 기업으로서도 이중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학력보다는 능력으로 대접받는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승진과 임금 등에서 불필요한 차별은 없애야 한다. 필요하다면 멘토제 등을 통해 이들이 직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돕고 기업의 동량으로 키워내는 것이 윈윈하는 전략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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