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에 맞서 외국기업이 대중국 제재에 협조할 경우 처벌한다는 법을 통과시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중압박을 겨냥해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경고하며 중국의 길을 가겠다고 천명했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경제패권을 놓고 사생결단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제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막강한 경제력을 확보한 미국은 제2차 대전이 끝나자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체제를 구축하고 세계경제패권을 장악하는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구축했다.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서방국들의 자본주의와 대결을 벌였으나 시장기능을 무시하는 사회주의 속성상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1980년대 말 소련의 붕괴와 함께 사회주의 경제가 무너지면서 팍스 아메리카나는 세계경제패권의 유일체제가 되었다.
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 중국의 중화주의가 미국우선주의와 충돌했다. 자연히 두 나라 사이에 무역전쟁이 벌어졌다. 미국이 먼저 중국에 무차별적인 무역보복을 가하고 중국이 이에 정면으로 맞섰다. 양국의 무역전쟁은 계속 확산해 전면전으로 치닫았다.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자 미중 무역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동맹을 동원하거나 경제영토를 확장해 진영 간 싸움을 벌이는 세계전쟁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최근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동맹국의 기업인이 참석한 회의를 열어 반도체자립을 선언했다. 중국은 반도체를 중국의 기술발전을 막는 무기로 삼는다고 반발했다. 미국이 주도해 추진하는 더 나은 세계 재건사업과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일대일로사업의 충돌은 미중 패권전쟁의 전면적인 확산을 뜻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패권전쟁은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이다. 미·중 두 나라 중 한나라가 쓰러지지 않으면 싸움이 끝나지 않는다. 미·중 패권전쟁의 틈에서 한국경제의 운명은 한국이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려있다. 한국경제가 경쟁력을 잃어 양국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전쟁의 포로가 되어 희생의 위기를 맞는다. 반면 강력한 경제와 국력으로 양국이 압박대신 도움을 청하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렇다면 첨단기술로 무장한 신산업을 대대적으로 일으켜 경제강국의 힘을 기르는 것이 답이다. 현재 진행 중인 4차산업혁명은 한국경제의 숙명적인 과제다. 성공을 앞당겨 미래산업을 선점하면 한국경제는 경제전쟁의 포로에서 승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은 경제핵무기나 마찬가지다. 먼저 개발해 보유하는 나라가 경제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문제의 핵심은 반기업 정책이다. 다른 경쟁국들과는 달리 규제와 조세를 강화하고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을 강제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높여 자율적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반기업 정서가 나타나고 기업가 정신이 사라져 창업·투자·신산업 발전이 힘을 잃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민간기업 90%이상이 반기업 정서가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과거의 전쟁은 영토전쟁이지만 오늘날의 전쟁은 경제전쟁이다. 기업은 경제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군대 역할을 한다. 미중 패권전쟁에서 한국경제를 지키고 승리를 가져와야 할 기업들이 전의를 상실했다. 경제전쟁에서 패자로 희생되면 나라는 희망이 없다. 정부경제정책의 대전환과 기업환경개선이 시급하다. 안타깝게도 정치권과 정부는 밖에서 경제전쟁의 포탄이 터지는데 안에서 정치전쟁을 벌이며 선거용 돈 풀기에만 열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