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관계자들의 고충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운용사들이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이기고자 앞다퉈 신상품을 출시하며 투자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마케팅 경쟁이 격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자칫 ETF 상품 운용 역량보다 마케팅이 시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32개의 ETF가 새롭게 출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4개)보다 8개가 많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 중 4개가 반도체 관련 상품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관련 ETF가 인기를 끌자 반도체 ETF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1년간 출시된 반도체 ETF만 32개에 달할 정도다.
투자자의 관심이 큰 분야의 상품을 내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ETF 상품 구성이 대부분 비슷한 것이 문제다. 포트폴리오가 유사하다 보니 상품이나 수익률보다는 마케팅에 더 집중해 상품을 알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유행하는 테마를 골라 투자자들의 눈길부터 끌 ETF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ETF 운용역을 짓누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한 개인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에 성공해야하는 만큼 ‘핀플루언서(금융 전문 인플루언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문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2~3개 종목만을 담은 ETF까지 출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ETF에도 ‘인덱스 펀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제기된다. 소액으로 분산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 ETF의 장점인데, 2~3가지 종목만 담았다면 2~3개의 주식을 사는 직접 투자와 다를 바가 없다는 얘기다.
ETF 운용에 15년가량 몸담은 한 운용역은 “수익률도 중요하고 개인투자자들의 수요를 잘 읽는 것도 중요하다”라면서도 “2~3개 종목을 담으면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 테마에 맞춘 투자를 오히려 조장하는 것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