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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계에선 지난해 10월부터 불거진 은행권 채용비리에서 한 발 비켜서 있던 신한금융이 1년여 만에 가장 궁지에 몰리게 됐다며, 이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례가 있는 만큼 현직 지주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너무 무리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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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10일 오전 예정된 가운데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더라도 검찰 기소가 분명해졌다.
업계에선 신한금융그룹이 달성하려는 목표사업이 줄줄이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보험) 인수 승인을 금융당국이 미룰 것으로 예견된다.
하지만 조 회장 재판이 지속될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 DGB금융지주는 작년 11월 현대중공업그룹과 하이투자증권 지분 85%를 4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도 금융위원회로부터 자회사 편입을 최종 승인받기까지 거의 1년이 소요됐다. 박인규 전(前)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횡령·배임) 등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이 물러난 뒤에야 최종 승인을 받았다.
비(非)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야심차게 진행 중인 부동산 신탁회사 인수 또는 부동산신탁업 신규 진출도 무산될 수 있다. 신한금융은 아시아신탁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주주 지분 인수를 협의 중이다. 업계 10위권인 아시아신탁의 지난해 순이익은 282억원으로 시장에서 추정하는 인수금액은 2000억원 안팎이다. 경쟁사인 KB·하나금융지주와 달리 부동산 신탁사가 없어 이변이 없는 한 인수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이 역시 대주주 적격성에 있어 결격사유로 심사가 보류될 수 있다. 이르면 이달 중순 금융위가 부동산신탁업 인허가 기준 및 심사 절차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한금융이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조 회장이 전문 최고경영자(CEO)라는 이유를 들어 이번 사태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긴장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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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대상에서도 빠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카카오뱅크·케이뱅크에 각각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금융당국은 제3·4 인터넷전문은행의 안착을 위해 기존에 진출하지 않은 신한·KEB하나·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의 신규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이들 3개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단 지금처럼 조 회장 리스크가 불거지면 신한은행은 제외될 수 있다.
신한은행 등 계열사 CEO들의 임기 만료가 내년 초로 다가온 시점에서, 조 회장의 인사권 공백이 발생할 경우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탈환과 이를 위한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에 급제동이 걸릴 처지다.
9년 연속 실적 1위를 고수한 최대 금융사의 ‘경영시계 제로(0)’ 상황은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신한금융그룹 내 2인자인 위성호 신한은행장마저 신한사태 당시 위증교사 관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검찰발(發)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가 일단락됐다는 판단 아래 신한은행이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에 나선 시점에서 신한금융 계열사에 대한 채용비리 수사 확대 방침은 오는 2020년까지 총 4조5000억원으로 계획된 신한금융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예상 밖의 사태인 만큼 채용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다른 금융회사들도 긴장한 상태로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