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호의 PICK]강렬한 록으로 담은 '걸크러시 뮤지컬'

국내 초연 오른 뮤지컬 '리지'
미제 살인사건 다룬 록 뮤지컬
여자 배우들만 캐스팅돼 눈길
15분간 펼쳐지는 커튼콜 '백미'
  • 등록 2020-04-06 오전 5:30:00

    수정 2020-04-06 오전 5: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X발! 다 X까!”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개막한 뮤지컬 ‘리지’의 한 장면. 주인공 리지가 욕설을 내뱉자 강렬한 기타 사운드가 공연장에 울려 퍼진다. 배우들이 스탠드 마이크를 잡고 머리를 흔들며 노래를 부를 때는 마치 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리지’는 올해 뮤지컬 라인업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작품이다. 재공연이 대세가 된 국내 뮤지컬계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신작 라이선스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작곡·작사 스티븐 체슬릭 드마이어, 작사·대본 팀 매너, 작사 알랜 스티븐스 휴잇 등이 창작진으로 참여해 2009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했다. 공연제작사 쇼노트가 국내 무대에 처음 올렸다. 대학로 대표 연출가 김태형이 연출을 맡았다.

뮤지컬 ‘리지’의 한 장면(사진=쇼노트).


캐스팅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남자 배우들이 대세인 대학로에서 여자 배우들만 출연하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무대에 등장하는 배역은 단 4명. 유리아, 나하나(이상 리지 역), 김려원, 홍서영(이상 엠마 역), 최수진, 제이민(이상 엘리스 역), 이영미, 최현선(이상 브리짓 역) 등 연극과 뮤지컬을 대표하는 여자 배우들이 더블 캐스팅됐다.

작품은 1892년 미국 메사츠세츠 주에서 실제로 일어난 미제 살인사건을 다룬다. 보든 가(家)의 부유한 사업가이자 구두쇠로 소문난 앤드류와 그의 부인 에바가 집안에서 잔인하게 도끼로 살해된 사건이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이는 보든 가의 둘째 딸 리지. 그러나 실질적인 물증이 없어 무혐의로 풀려나 현재까지 미제로 남아 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풍의 의상·무대와 하드록 사운드의 만남이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재미를 선사한다. 배우들이 마이크를 들고 마치 로커가 된 듯 무대를 누빌 때는 시대적인 관습을 거스르는 듯한 쾌감을 안긴다. 조수현 디자이너가 맡은, 소극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무대와 영상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양주인 음악감독을 비롯한 6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도 여느 뮤지컬에서 맛볼 수 없는 흥겨움을 전달한다.

미제 살인사건을 다루지만 작품은 사건의 진실보다 사건에 얽힌 여성들의 연대에 초점을 맞춘다. 2막에서 의상 체인지와 함께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인물들의 모습은 ‘걸크러시’의 매력까지 느끼게 한다. 작품 속 주요 넘버를 메들리로 다시 들려주는 커튼콜은 ‘리지’의 빼놓을 수 없는 백미. 약 15분간 펼쳐지는 커튼콜을 마냥 앉아서 보기란 쉽지 않다.

다만 기승전결이 뚜렷한 극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대사가 거의 없는 ‘성 스루 뮤지컬’이라 극 전개가 다소 급작스럽다. 록 음악에 맞춰 극이 전개되다 보니 대사가 잘 안 들리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국내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만 16세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다. 공연은 6월 21일까지.

뮤지컬 ‘리지’의 한 장면(사진=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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