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는 올해 뮤지컬 라인업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작품이다. 재공연이 대세가 된 국내 뮤지컬계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신작 라이선스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작곡·작사 스티븐 체슬릭 드마이어, 작사·대본 팀 매너, 작사 알랜 스티븐스 휴잇 등이 창작진으로 참여해 2009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했다. 공연제작사 쇼노트가 국내 무대에 처음 올렸다. 대학로 대표 연출가 김태형이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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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남자 배우들이 대세인 대학로에서 여자 배우들만 출연하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무대에 등장하는 배역은 단 4명. 유리아, 나하나(이상 리지 역), 김려원, 홍서영(이상 엠마 역), 최수진, 제이민(이상 엘리스 역), 이영미, 최현선(이상 브리짓 역) 등 연극과 뮤지컬을 대표하는 여자 배우들이 더블 캐스팅됐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풍의 의상·무대와 하드록 사운드의 만남이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재미를 선사한다. 배우들이 마이크를 들고 마치 로커가 된 듯 무대를 누빌 때는 시대적인 관습을 거스르는 듯한 쾌감을 안긴다. 조수현 디자이너가 맡은, 소극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무대와 영상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양주인 음악감독을 비롯한 6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도 여느 뮤지컬에서 맛볼 수 없는 흥겨움을 전달한다.
다만 기승전결이 뚜렷한 극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대사가 거의 없는 ‘성 스루 뮤지컬’이라 극 전개가 다소 급작스럽다. 록 음악에 맞춰 극이 전개되다 보니 대사가 잘 안 들리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국내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만 16세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다. 공연은 6월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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