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상 역사 새로 쓴 우상혁, 화려하게 빛났던 은빛 도약

  • 등록 2022-07-19 오후 12:57:38

    수정 2022-07-19 오후 12:57:38

‘한국 남자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이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썼다.

우상혁은 19일(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진행 중인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은 2m37을 뛴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공동 금메달을 차지했던 바심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남자 높이뛰기 사상 최초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 기록을 세웠다.

비록 목표했던 금메달은 놓쳤지만 우상혁은 귀중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세계 최고의 높이뛰기 선수임을 재확인시켰다.

지난 3월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2m34)을 차지했던 우상혁은 이번에 실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은메달을 획득하는 위업을 이뤘다.

한국 선수가 실외 경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것은 20㎞ 경보 김현섭(2011년 대구 동메달)이 유일했다. 김현섭은 2011년 대구 대회 남자 20㎞ 경보 결선 당시 1시간21분17초로 6위를 기록했지만 이후 도핑 재검사에서 금지약물 검출된 선수가 대거 나오면서 3위로 올라섰다.

트랙&필드 종목에선 그전까지 메달리스트가 없었다. 하지만 우상혁이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

기록도 좋았다. 이날 세운 2m35는 우상혁이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할 당시 세운 실외 남자 높이뛰기 한국 타이기록이다.

우상혁은 자신만만했다. 이날 결선에 출전한 13명 가운데 가장 먼저 경기에 나선 우상혁은 거침없이 발글 넘었다. 2m19, 2m24, 2m27, 2m30까지 잇따라 한 번에 넘었다. 2m30을 넘으 뒤에는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으로 바를 바라보는 익살스런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위기도 있었다. 2m33에서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서 1차와 2차 시기를 잇따라 실패했다. 미소가 떠날줄 몰랐던 우상혁의 얼굴도 순간 굳어졌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우상혁은 승부사였다. 마지막 3차 시기를 완벽하게 넘은 뒤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 2m35 마저 2차 시기에 넘으면서 금메달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비록 압도적인 기량을 뽐낸 바심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그를 위협한 선수는 우상혁 뿐이었다.

우상혁이 힘껏 도약할 때마다 한국 육상의 역사가 바뀌었다. 우상혁은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2m35의 한국기록을 세우며 역대 한국 육상 트랙&필드 역대 최고 성적은 4위에 올랐다.

2022년은 우상혁의 시간이었다. 올해 초 유럽에서 열린 국제대회를 잇따라 휩쓸었다. 2월 6일 체코 후스토페체 대회(2m36)와 2월 16일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 대회(2m35)에서 잇따라 정상에 올랐다.

이어 3월 20일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육상선수권(2m34)에서 한국인 최초 세계실내선수권 우승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일궈냈다.

실내 대회 일정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 4월 19일 대구 종별육상선수권(2m30)과 5월 3일 나주 실업육상선수권(2m32) 등에 참가, 실외 경기 컨디션을 끌어올린 우상혁은 5월 14일 도하 다이아몬드리그에서도 2m33으로 우승하며 또 한 번 새 역사를 썼다.

우상혁은 이번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한 번 일을 내기 위해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 188㎝의 큰 키임에도 철저한 식단 관리로 본인이 생각하는 최적의 몸무게 65∼66㎏을 유지했다. 본인 스스로 “앉았다가 일어날 때 휘청하기도 한다. 기립성 저혈압이 의심될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혹독하게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우상혁은 출국에 앞서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겠다”며 “세계선수권 우승은 나와 육상 팬들의 약속인 만큼 꼭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원했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으로 한국 육상 역사에 남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상혁은 이번 대회 예선에서 공동 1위로 결선에 진출한 뒤 세계육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내 목표는 2m38”이라고 말했다. SNS 아이디도 ‘WOO_238’일 정도로 2m38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우상혁은 “높이뛰기 선수가 자신이 키 50㎝ 이상 뛰는 게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래서 예전부터 내 평생 목표를 2m38로 잡았다”고 말했다. 2m38 기록과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목표가 유효한 우상혁의 도전은 앞으로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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