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검사는 아닌데…배 사고 나면 선박검사원만 범법자로 몰려"

[만났습니다]김경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①
선박검사, 해양안전 수호…검사원 법적 무게 무거워
1인당 검사 연 240척+α 달해…인력 54명 충원 필요
2029년까지 해양사고 50% 줄이는 목표 달성할 것
  • 등록 2021-09-02 오전 7:03:00

    수정 2021-09-02 오전 7:03:00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이른바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이다. 정규직 1인당 평균 보수가 6100만원이 넘는데 정년까지 보장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공단의 퇴사율은 평균을 크게 웃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럴 만도 했다.

김경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세종에 있는 공단 사옥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했다.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대륜고 △한국해양대 기관학과 △한국해양대 대학원 공학 석·박사 △대한선박 1~3등 기관사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육본부장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기획조정실장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선박운항기술연구소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선원네트워크(SEN) 자문위원장 △제2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현) (사진=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김경석 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최근 세종시에 있는 공단 이사장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해양에서 선박 사고가 발생하면 왜 사고가 났는지, 선박 안전검사에는 문제가 없었는 지 사고 원인을 조사하게 되는 데 이 때 선박 안전검사를 맡았던 선박검사원이 타깃이 된다”며 “만약 잘못이 발견되면 검사원이 송사에 휘말릴 수 있으며, 설령 무혐의로 결론 나더라도 조사 기간에 증인·참고인으로 불려 다니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업무인데 선박검사원만 법적 책임

선박검사원과 비슷한 업무를 하는 자동차 검사원에게는 이 같은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다. 자동차 정기 종합검사를 받은 후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검사원을 추궁하는 일은 없다.

김 이사장은 “자동차 검사는 항목마다 결과가 딱 떨어지게 나오지만, 선박은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하는 부분이 많아서 검사 과정과 여러 현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그 차이를 설명했다. 이어 “검사원들은 20~30대의 젊은 나이에 회사에 들어와 고된 일을 하는데 잘못하면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과도한 업무량도 선박검사원에게는 부담이다. 검사원은 해양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업무를 한다. 하지만 현재 공단의 검사원 수는 170명으로, 검사원 1인당 연간 240척에 달하는 검사를 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제고를 위해 실시하는 무상점검까지 더하면 건수는 더 늘어난다. 사실상 휴일을 제외하고 하루에 1~3척을 검사하는 셈이다. 그는 “3년 전 대형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선박검사 업무를 조사한 결과, 검사 업무량 대비 선박검사원 수가 54명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며 “지속해서 검사원 인력 증원을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업무 강도 높고 범범자 우려에 퇴사율 높아

이는 선박원 퇴사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상 공공기관 퇴사율이 1~2% 수준인 반면 해양교통안전공단의 선박검사원 이직률은 3~4%나 된다. 한창 이직을 많이 할 때는 퇴사율이 10%까지 뛴 적도 있다.

김경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사진=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공단 입장에서는 검사원을 애써 양성해놓으면 퇴사를 하는 통에 새로 채용한 후 또다시 업무 숙련도를 높여야 한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이는 공단뿐 아니라 해양안전 강화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다. 검사원 보호에 대한 김 이사장이 고민이 깊은 이유다.

김 이사장은 “어디까지가 면책이고 어디까지 송사에 휘말릴 수 있는지 감사 범위와 수사 범위가 명확히 구분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검사원이 범법자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책임 소재가 분명하도록 선박 검사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또 법적인 책임을 검사원 개개인이 아니라 공단과 공동으로 지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재판에 출석하게 되더라도 검사원이 아니라 법무팀이 관련 업무 일괄하게 된다.

2029년까지 해양사고 50% 감축 목표

검사원의 안정적인 운용이 중요한 이유는 해양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단은 오는 2029년까지 해양사고를 2019년 대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해양교통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해양교통 안전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해양 사고 감축을 위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선박의 90%는 소형선으로 약 10만척 정도 된다”면서 “소형 선박은 충돌·좌초·화재와 더불어 엔진이나 추진기가 돌아가지 않는 기관 고장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가 확보되면 어느 지역에서 언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특정 항만에서 5월에 프로펠러에 그물이 걸려 엔진이 멈추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 4월 말부터 그물 쓰레기를 집중적으로 수거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해양교통안전지수 개발도 추진 중이다. 학교 인근에서 시속 30km 이내로 달리면 아이들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거나, ‘안전속도 5030’ 시행으로 보행자 사망자가 16.7% 감소한 것과 같은 안전 기준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김 이사장은 “특정 항로에서 이동할 때는 얼마의 속도가 안전한지를 찾아내 사고 발생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자료=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와 더불어 여객선과 직접 통신이 가능하도록 통신체계도 확충한다. 여객선 터미널과 도서지역의 여객선 접안지에 지능형 CCTV를 설치해 여객선 입·출항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해양사고와 관련한 골든 타임 확보에도 만전을 기한다. 해양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단은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안전운항본부에 운항상황관리팀을 신설했다. 올해 말에는 본사에 여객선 운항상황센터도 구축한다. 김 이사장은 “전국 12개 운항관리센터 지사별로 모니터링 해왔던 여객선 운항 현황을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취합해 운항 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의 바람은 임기 중 공단의 조직을 효율화 해 해양 안전을 강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바다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레저를 즐기는 국민 모두를 위한 해양의 안전 확보를 이루고 싶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양교통안전 종합관리 업무가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이뤄지도록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연말까지 추진되는 조직 재설계에 공을 들여 효과적인 업무 체계를 가진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면서 “해양교통 안전체계 구축과 선박 검사,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등 공단 본연의 업무를 최우선으로 궤도에 올릴 계획”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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