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 김기덕 감독 옹호함…상식 벗어나야 비로소 예술

  • 등록 2013-09-06 오전 7:00:00

    수정 2013-09-06 오전 7:00:00

[정재형 동국대 교수] 김기덕 감독이 영화 ‘뫼비우스’를 결국 3분 정도 삭제한 후 공개했습니다. 이로써 삭제냐 무삭제냐로 혼선을 빚었던 ‘뫼비우스’ 논란은 일단락된 듯 합니다. 김기덕 감독은 관객들에게 성치 않은 영화를 보여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참 씁쓸한 일입니다. 이 말은 한국이 여전히 문화후진국이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 같습니다. 외국에선 오리지널을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선 삭제된 영화를 봐야 한다는 건 한국시계가 여전히 세계시계보다 몇시간 뒤로 돌려져 있다는 느낌입니다.

‘뫼비우스’ 논란의 핵심은 상식과 예술에 대한 견해차입니다. 예술이 무엇입니까. 상상력의 소산입니다. 예술은 현실에 비유해 문제를 풀어내고 토론하고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예술은 현실 자체가 아닙니다. 현실은 상식이 지배하고 예술은 상상이 지배합니다. 상식은 실제 작용하는 것이지만 상상은 마음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상식은 다수의 보편적 의견이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상상은 개인적이고 자유분방합니다. 상식은 다양한 의견들의 합의를 통해 추출되지만 상상은 합의하지 않으며 독창성을 인정해 줍니다.

상식과 상상은 이렇게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습니다. 상식으로 상상을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현실을 움직이는 것은 상식이므로 법은 바로 그 상식을 기반으로 형성됩니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상상이므로 예술은 그 상상을 기반으로 형성됩니다. 예술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범주의 오류입니다. 법이 구속할 것은 현실이지 예술의 영역이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현실적인 기준은 예술을 재단할 수 없습니다.

예술이 현실보다 우월하다는 게 아니라 서로의 영역이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서로 평화롭게 공존해야지 어느 한쪽이 한쪽을 지배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정치적 판단이 모든 것의 우위에 선다든가 먹고사는 논리가 최대 선이 된다든가 하는 것이 그런 유입니다. 그게 바로 문화후진국 현상일 것입니다. 인간이 모두 평등하듯이 예술도 어느 무엇의 시종은 아닙니다. 그 자체의 독립성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예술에 대한 판단은 공개된 후 소비자인 시민들이 하는 것입니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온전하게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못한 바로 그 부분을 미안해한 것입니다. 심의기구가 ‘뫼비우스’에 대해 일반극장에서 볼 수 없도록 ‘등급 외’ 판정을 내린 건 난센스입니다. 성인들은 사실상 이 우주상의 어떤 영화도 볼 권리가 있습니다. 화성인이 만든 영화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으니 예외적으로 북한영화만 당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겠지요. 심의기관은 시민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미리 재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연령층에 맞게 등급만 잘 분류하면 되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흔히 ‘소설 쓰고 있네!’ ‘야 연극하지마!’ ‘정말 영화같다!’ 같은 농담을 합니다. 이런 말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이 말들은 예술이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예술을 현실과 혼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다만 청소년들에게는 악영향을 줄 만한 영화들을 못 보게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모방본능이 아직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청소년도 아닌 성인들이 ‘뫼비우스’ 오리지널을 왜 볼 수 없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국제적인 거장입니다. 역사적으로 거장 감독들의 영화 가운데는 ‘뫼비우스’보다 더 파격적인 것이 있었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조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 억울하고 창피할 것입니다. 한 시민이자 영화평론가로서 그를 지지하고 위로합니다. 이런 불행한 일이 조속히 사라져 문화시민의 자존심이 회복되고 국제적 예술가들이 홀대받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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